한국 영화가 국제 무대에서도 높게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벤처캐피털의 활발한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벤처캐피털의 영화 투자 확대로 질높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한국 영화를 찾는 관객이 늘어나고 이로 말미암아 벤처캐피털의 수익이 늘어나자 영화투자금액이 더 늘어났다. 이른바 '투자 확대→우수영화 제작→관객 증가→수익 증대→투자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벤처캐피털 영화 투자 증가의 기폭제가 된 것은 2000년초 개봉됐던 '쉬리'이다. 산은캐피탈이 1999년 하반기에 4억원을 투자, 2000년 중반까지 12억3천만원을 회수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너도나도 영화 투자에 나섰다. '공동경비구역JSA' '친구' '무사' '비천무' 등의 대작엔 예외없이 벤처캐피털 자금이 투입됐다. 특히 무한투자와 KTB네트워크가 영화투자 붐을 이끌어 현재까지 누적투자금액이 무한투자 3백80억원, KTB네트워크 2백80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일신창투 튜브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벤처캐피탈 국민창투 등 10여개 벤처캐피털이 한해에도 수십억원을 영화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업계의 영화투자 금액은 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캐피털은 영화 투자뿐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KTB네트워크가 강제규필름의 지분 20%를 사들였으며 미래에셋도 '친구'의 제작배급사인 코리아픽쳐스에 지분을 출자해 놓고 있다. 무한투자는 3개의 영화전문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아이픽쳐스에 16억5천만원을 투자해 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