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제2.제3의 임권택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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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건 한국영화의 수준을 세계 영화계에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쾌거라 할 만하다.
한국영화의 경우 그동안 '춘향뎐''섬''공동경비구역 JSA'등이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됐지만 정작 수상작 반열엔 못오름으로써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가 싶었는데 임 감독의 이번 수상으로 그같은 의구심을 씻고 국제적 위상 또한 확실히 제고시키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임 감독의 수상은 '서편제''춘향뎐'등 한국적 소재에 천착해온 노대가의 역량에 따른 것이겠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급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직배사들의 할리우드 영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산영화 관객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는 사실 자체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영화계의 큰 관심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영화계는 '쉬리'에 이어 'JSA''친구'가 계속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지난해말 관객점유율 46.1%라는 성과를 거둔 건 물론 수출 1천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영화의 위기요인은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관객점유율 자체가 대작 몇편의 흥행에 기인한 것일 뿐 전반적인 기반은 아직 허약한 까닭이다.
영화 관련업체가 2천1백36개사나 되는데도 지난해 제작된 영화는 51편밖에 안되는 건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 자칫 거품이거나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제작비가 급상승하고 조폭 엽기 등 특정 소재에 치우치는가 하면 어린이용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80년대 세계영화계를 주름잡던 홍콩영화가 단기수익성에만 연연해 같은 소재를 대량생산한 결과 하루아침에 몰락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하기 어렵다.
임 감독의 수상은 국내 영화계 전반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번 수상으로 들떠 있기보다 하루속히 소재를 다양화하고 한류(韓流)열풍을 바탕삼아 중국 일본 동남아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감독과 배우 등 영화인들의 해외 무대 진출 또한 필수다.
그러자면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어느 정도 양보하고 대신 할리우드에 진출,그들의 게임룰과 영화제작 노하우를 배우고 국제적인 영화인을 배출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제작환경을 활성화하고 창작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이나 전통예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함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