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베트남 제1의 도시 호치민(옛 사이공)에선 새로운 고층빌딩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난다.


호치민에서 자동차로 45분 정도 거리인 동나이공단엔 1년에만 수십개의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1986년 이후 15년동안 GDP(국내총생산)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측의 통계자료다.


아직도 생산현장 직원들의 최저임금이 월 40달러(미국 달러 기준) 수준이고 각종 외국인투자자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어 매력적인 생산기지라고 베트남 정부 관리들은 선전하고 다닌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기업하기 몹시 어려운 나라라고 한결같이 토로한다.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혹평하는 한국인들도 있을 정도다.


한국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꼽고 있는 것은 공무원의 부정부패다.


그중 첫번째가 세무공무원이다.


베트남의 조세제도는 일관된 체계가 없다.


세무공무원의 말이 곧 법이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10달러 정도의 화장품에 1백50달러의 관세를 매긴 적도 있다.


관련 회사는 상당한 돈을 로비자금으로 동원해서야 관세를 낮출 수 있었다.


베트남 경찰인 '공안(公安)'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들은 식당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공안 이름을 빌려 식당을 마련했다가 뺏긴 한국인이 적지 않다.


공안이 무슨 명목으로든 시비를 걸어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국기업인들은 충고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에선 중국처럼 성공했다는 기업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자들은 대부분 세리나 공안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호화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열의 아홉이 고위공직자들의 자식들이다.


베트남은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 있다.


베트남 위정자들은 한국이 대통령 아들의 부정부패로 대변되는 정치권 및 공무원사회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몇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는걸 알고 있을까.


호치민=박준동 산업부 벤처중기팀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