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 창작애니메이션 제작이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하청기지 역할을 해온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이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고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수정하면서 창작물 제작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현재 제작중인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예년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한 10편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근 시사회를 가진 '앨리시움'(빅필름)을 비롯 '아크'(디지털드림스튜디오) '원더풀 데이즈'(양철집) '오세암'(마고21) '망치'(캐릭터플랜) 등은 올해안에 개봉할 예정이다.


'바리공주'(그리고) '아치와 씨팍'(튜브엔터테인먼트) '오디션'(라스코) '마테오'(블루라인/동우) '리니지'(디지털드림스튜디오) 등은 개봉 시기를 2003년으로 잡아놓고 있다.


이밖에 국내 대표적 하청업체였던 선우엔터테인먼트도 최근 매년 한편씩 창작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하고 캐릭터 개발에 돌입했다.


극장용 창작애니메이션 제작비는 보통 편당 20억∼30억원이지만 '원더풀 데이즈'와 '아크'는 1백억원에 육박하며 '앨리시움'과 '리니지' 등은 5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올들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채택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다음 게임 이벤트 캐릭터용품 테마파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일단 창작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후 국내 흥행에서는 실패하더라도 해외시장을 개척,활로를 찾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지난 2∼3년간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한국에 주던 하청물량을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돌림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자체 창작물 개발이 절실해진 것도 창작애니메이션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특수효과 발달로 관객들의 실사영화 선호도가 높아지는 실정인 만큼 많은 제작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에선 분석한다.


디즈니의 경우 기획 등 핵심 기능만 남기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팀을 해체했고 프랑스와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업체들도 문화시장 개방압력으로 인한 정부지원 감소를 우려해 창작물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문웅빈 과장은 "기획력이 떨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애니메이션 제작붐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런딤''마리이야기''별주부해로' 등 지난해와 올해초 개봉된 3편의 애니메이션이 모두 흥행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