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에서 월드컵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기가 생중계되면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아직은 미식축구 야구 농구가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붙잡고 있다.


1회전 두번째 경기에서 한국과 맞붙을 미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클라우디오 레이나의 말이 축구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 축구팀은 변방에 있습니다.


국민들이 우리한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초등학생들로부터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학기초 전 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할 스포츠를 신청케 한다.


이 스포츠 모임은 각 시나 군별로 짜여진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데,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나씩 신청한다.


여기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 중 하나가 축구다.


시나 군마다 수십개의 축구팀이 만들어진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한팀에 들어가 한국의 조기축구회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개 1주일에 한번 연습하고 한번 시합하는 식으로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여러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시합하는 경우도 있다.


코치나 보조코치는 경험 있는 학부형들이 맡는다.


모두 자원봉사자들이지만 아이들을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지,시합 때 가보면 마치 정식경기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


아이들의 축구 기술이야 보잘 것 없지만 열기는 대단하다.


별다른 뜻 없이 아이들을 축구팀에 넣은 부모들은 축구에 대한 열기에 놀라 한 두게임만 보고 나면 사뭇 진지해진다.자녀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정성스런 마음을 의미하는 '사커 맘(Soccer Mom)'이란 합성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초등학생들의 이같은 동네축구 열기는 중고생들에게까지 이어져 축구에 대한 미국민들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거의 모든 학교에 있는 완벽한 잔디구장,강한 체력에다 국민들의 관심까지 높아지고 있어 미국이 축구 강국으로 솟아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