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아시아권의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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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세계 경제에는 몇가지 중요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 IT혁명, 중국 경제의 부상, 유로화의 출현, 세계적 경기침체 등이 그것이다.
유로화의 등장은 달러화에 대한 대안이 생긴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국제 통화 질서가 유동적인 환율을 따르는 각국 고유의 화폐 체제로부터 달러화 유로화 엔화가 지배하는 삼원화 시대로 재편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아시아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볼 때는 물가가 안정돼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환율이 불안정해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환율의 불안정성은 경제성장뿐 아니라 외국인투자및 교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의 불안정성은 1990년대 몇몇 과도기 국가들의 생산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나아가 아시아에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엔화의 경우는 지난 85년부터 95년에 걸친 10년 사이에 가치가 세배나 뛰어올랐다.
이같은 급격한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고 일본 금융 시스템에 부실 여신이라는 부담을 얹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부실 여신은 아직까지도 일본의 경기 회복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최근 수십년간 아시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 돼왔다.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중국의 경우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부분을 FDI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지난 95년 4월부터 98년 6월 사이에 엔화가치는 달러당 78엔에서 1백48엔까지 떨어졌다.
엔화가치의 급락은 동남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일본의 FDI를 고갈시킴과 동시에 이들 국가의 환율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는 설득력있는 수준으로 화폐가치를 절하하는 대신 환율의 대폭적인 등락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같은 정책은 FDI를 유치하는데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는다.
아시아는 최근 수십년간 산업 생산의 중심지로 부상해왔고 생산측면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유럽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환율과 통화정책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시아는 자체적인 단일 화폐권을 구축하면 더욱 부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아시아는 정치적인 통합정도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장래에 단일 통화를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환율을 고정시킨다면 단일화폐권 구축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각국 화폐를 없애지 않으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공통의 화폐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각국의 경제적 수준이 다양한 아시아에서 달러화에 고정시키지 않은 단일화폐권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단일화폐권을 만드는데 필요한 조건은 일본이 자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시아는 APEC 화폐권 실현에 다가설 수 있고 세계 경제 역시 국제 통화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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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가 2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투자포럼에서 '아시아 화폐권에서의 통화와 재정 및 외국인직접투자 정책'이란 주제로 강연할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