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닷새만에 상승했다. 월말을 앞둔 공급우위 장세로 장중 17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던 환율은 장 후반 강한 반등흐름을 보였다. 환율 이동거리는 올해 최대폭인 12.50원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업체 네고물량, 역외매도 등의 공급우위에 의해 지배됐던 장세는 장 후반 역외매수, 결제수요 등의 결집으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으로 반전됐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역외시장을 통한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월말 네고장세 속에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유지되면서 수요일에도 등락폭이 클 가능성이 내포돼 있으며 1,220원대 환율은 저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70원 오른 1,237.5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부터 꾸준히 하락 가도를 보인 환율은 1,220원대로 손쉽게 진입, 17개월중 최저치까지 내려섰다. 장중 직접 개입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돌았음에도 하락 분위기는 진압되지 못했다. 그러다 달러매도초과(숏)상태가 깊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극적인 반등 흐름은 조성됐다. 네고물량은 꾸준히 부어졌으나 공기업 결제수요 등이 유입됐으며 역외의 강한 달러매수세는 시장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 추세는 여전, 조심스런 살얼음판 = 시장에서는 이날 강한 반등에 불구하고 하락추세는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급이나 포지션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과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조심스런 거래를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매도초과(숏)상태가 깊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직접 개입 냄새가 난다"며 "두 가지 정도 확률이 있는데 역외시장을 통한 것과 메이저 은행권을 통한 개입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일단 급락 흐름은 진압됐으나 하락 추세는 살아있는 과정이며 다만 은행간 거래는 극히 조심스러워질 것으로 보여 내일은 1,230∼1,245원으로 넓게 보는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역외로 하여금 포지션을 털지 않도록 해야하고 미룬 결제수요 유입을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반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다른 은행의 딜러는 "물량이 남은 것으로 보이나 급반등의 결정적인 요인은 역외매수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달러되사기(숏커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다랐으나 뚜렷하게 정부 개입이란 윤곽을 잡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월말 네고장세임을 감안하면 추세는 아래쪽으로 계속 향해 있다"며 "물량 공급과 정부 개입 우려감이 상존하면서 1,230∼1,240원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 수급 장세 진행, 달러/엔 정체 = 전날과 같이 월말을 앞두고 수급에 의한 장세가 연장됐다. 네고물량이 시장을 무겁게 했으나 국책은행, 공기업 등의 정책성 매수세는 2∼3억달러 이상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명확한 개입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직접 개입가능성을 시사, 시장 경계감을 증폭시켰다. 전날 뉴욕에서 전몰장병기념일로 거래가 한산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거듭된 구두개입이 아래를 지지하면서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달러/엔은 이날 124.60∼124.91엔에서 등락했으며 오후 5시 5분 현재 124.66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장중 100엔당 981원선까지 내려선 뒤 990원대를 회복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442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3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20원 높은 1,235원에 개장가를 형성한 환율은 이내 하락 반전, 9시 40분경 1,232.30원으로 내려섰다. 그러나 환율은 국책은행 등의 지지성 매수세로 1,233원선으로 일시 반등했다가 은행권의 손절매도 공세로 11시 30분경 이날 저점인 1,225.5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환율은 달러되사기(숏커버) 등으로 1,227원선으로 되오른 뒤 1,227.3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높은 1,227.4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227.30원을 기록한 뒤 서서히 반등, 1시 35분경 1,229.00원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추가 반등이 막히고 1,227∼1,228원을 오가던 환율은 강한 역외매수 등으로 급반등, 3시 45분경 상승 반전한 뒤 오름세를 강화해 오후 4시 10분경 이날 고점인 1,238.0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환율은 소폭 되밀렸으나 주로 1,237원선을 거닐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238.00원이며 저점은 1,225.50원으로 월중 최저치 경신은 물론, 지난 2000년 12월 22일 1,224.00원까지 내려선 뒤 가장 낮은 수준까지 다다랐다. 환율 변동폭은 12.50원에 달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4,3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8,1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5,000만달러, 1억9,100만달러가 거래됐다. 29일 기준환율은 1,230.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