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압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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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위아래로 갇혀 있다.
최근 증시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주가지수선물의 움직임과 프로그램 매매의 크기에 따라 지수 등락폭이 결정되는 모습이다.
시장 관심은 이 같이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등락을 반복하는 ‘징검다리 장세’가 언제쯤 마무리되고 추세를 드러낼 것인가에 쏠려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한 달여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모멘텀 공백과 매수주체 부재를 감안할 때 850선을 축으로 하는 박스권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환율 급락세의 진정과 지수선물시장의 시장베이시스 추이, 그리고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국내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에 주목하면서 박스권 대응 전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단기적으로는 은행, 통신 등 환율변동 부담이 크지 않은 내수관련주 위주로 접근하고 업종대표주에 대해서는 조정 시 분할매수로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 프로그램 장세 지속될 듯 = 최근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 확대는 다음달 지수선물?옵션?종목옵션 동시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인 12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증시가 최근 모멘텀 공백, 재료 부재, 매수주체 분산의 무기력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급락세를 잇고 있어 자생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1조원대를 오가고 있는 매수차익잔고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아울러 코스피200지수 산출방식이 변경되기 때문에 기관이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일단 매물을 정리하고 가는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프로그램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달 14일부터 코스피200지수를 산출할 때 보통주만 포함되고 구형우선주는 제외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선주를 갖고 있는 종목의 비중은 낮아지고 SK텔레콤, 국민은행 등 우선주가 없는 종목의 비중은 높아진다. 또 LG전자와 LG카드가 새롭게 편입된다.
현선물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지수추적 오차인 트래킹에러가 발생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기관은 트래킹에러를 감수하고 롤오버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베이시스가 청산 조건을 제공할 때마다 물량을 덜어낼 공산이 크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의 방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수세가 제한될 전망”이라며 “지수산출방식 변경 등으로 트리플위칭데이에 대한 부담이 더욱 증가해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제지표에 주목 = 다만 최근의 무기력한 장세는 6월에 접어들면서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 기술적으로 종합지수가 추세선인 20일선을 회복한 가운데 월 말과 월 초를 거쳐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려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종합지수가 지난해 미국 테러 이후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담당해온 20일선을 상향돌파했다. 또 지난달 25일 하락세로 전환한 20일선이 한 달여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추세를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안정감을 되찾은 점이 긍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미국에서는 4월 개인소득과 소비, 컨퍼런스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 1/4분기 생산성 등이 나오고 국내에서는 4월 산업활동, 수출입동향 등이 발표된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지표는 뉴욕과 서울증시에 탄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시장관계자들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화요일 컨퍼런스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에 대해 지난달 108.8에서 109.0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4월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지난 3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증가했던 산업생산은 4월에도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3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던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다음달 초까지 잇따라 발표되는 국내외 경제지표에 따라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될 것”라면서도 “반도체 가격 하락, 환율 급락 등을 감안할 때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더라도 추세를 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