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여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해운경기가 올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 호전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는데다 운임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인 오는 7~8월을 앞두고 일부 구간 운임이 폭등세를 나타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선사들의 경영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세계 최대의 해운시장인 아시아발 북미향 컨테이너 항로는 지난 1.4분기중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1백73만7천7백TEU를 실어날랐다. 업계는 이에 힘입어 일부 화주 및 운송업자와의 협상에서 TEU당 1백~2백달러 정도의 운임을 올렸다. 2~3개월내 추가 인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특히 태평양운임안정화협정(TSA)는 6월부터 9월말까지 TEU당 2백25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시아-유럽간 선사동맹(FEFC)은 1.4분기중 물동량이 4%가량 증가한 것을 내세워 오는 7월부터 TEU당 2백50달러씩 운임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중동으로 향하는 아시아발 화물도 6월부터 TEU당 1백달러씩 운임을 높이기로 했다. 7월부터는 아시아 역내 항로 운임도 본격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침 그동안 부진했던 국내기업들의 수출도 반도체 가전 석유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호전되고 있어 물동량 역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동남아 정기선사협의회도 지난 1일부터 동남아 전 항로의 운임을 TEU당 평균 50달러씩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컨테이너 클리닝비(Container Cleaning Fee) 체화료(Demurrage) 징수 계획 및 서류발급비(Documentation Fee)등의 부대비용도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홍콩 최저운임은 TEU당 2백50달러,부산-인도네시아는 TEU당 4백50달러,부산-마닐라 노선은 TEU당 5백달러의 운임이 각각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양상이 나타나면서 컨테이너선 시황에 대한 기대감을 미리 반영하는 컨테이너선 용선료 지수(Howe Robinson Index)는 지난 1월 4백59포인트를 기록,9개월만에 반등한이후 5월3째주에는 5백56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전 세계선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 차원에서 비수익항로에서 과감히 철수하면서 운송선박 공급이 딸리는 추세여서 연말까지 운임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크선=벌크선 해운시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BDI(Baltic Dry Index)는 작년 미국 테러사태 직후 8백40대까지 떨어졌으나 올들어 1천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이는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지난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전세계 벌크화물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벌크선 부문의 최대 화물인 석탄부문 물동량은 지난해 5억5천만톤에서 올해 5억7천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도 3억2천만톤에서 3억3천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조선=한달만에 운임이 2배 이상 폭등한 초대형유조선(VLCC)이 나타날 정도로 시황이 폭발적인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중동-일본간 초대형유조선 운임지수(W.S : World Scale)는 연초 40대에서 출발,지난 4월24일에는 28.1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5월23일에는 61.83까지 치솟았다. 대다수의 연구기관들은 약간의 조정은 있겠지만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유조선 선복량이 전년 동기보다 6백DWT (Deadweight Tonage) 감소한 반면 원유 수요는 세계경제의 회복과 계절적 요인이 맞물려 증가하고 있는데다 OPEC(석유수출기구)도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