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장형덕 <교보생명 사장> .. '외인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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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보생명 경영사령탑에 오른 장형덕 사장(52).
그는 보험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외인부대' 출신이다.
작년 7월 교보생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25년동안 줄곧 은행에만 몸담았던 전형적인 뱅커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그의 스카우트를 이채롭게 여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그가 1년도 채 안돼 최고경영자로 승진했다.
'은행물'이 빠지기도 전에 국내 2위의 대형 보험사 경영책임을 맡게 됐으니 주위에서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가 교보생명 신창채 회장 등 대주주와 특별한 연이나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장 사장이 교보와 맺은 인연이라면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빌딩에서 두차례 근무했다는 점 말고는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씨티은행이 교보빌딩에 입주했을 때였고 다음은 씨티리스 부사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90년대 중반 씨티리스 부사장으로 근무할 때 장 사장은 교보 입주사대표 초청 골프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모임을 주최했던 이가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신창재 회장.
우연히 신 회장과 같은 조에서 라운딩을 했고, 장 사장은 당시 78타로 참가자중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세월이 흘러 작년 4월 그가 서울은행 부행장으로 근무할 때 신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서울은행 매각 작업을 하던 터여서 교보가 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신 회장과 점심을 하면서 국내외 경제전반 흐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은행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1주일 후에 신 회장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차를 마시면서 경영인의 덕목을 논했다.
미래를 꿰뚫어 보고 철저히 대비하는 사람만이 기업을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평소 소신을 간결하게 전했다.
신 회장과의 만남은 세차례로 이어졌다.
그제서야 신 회장은 장 사장에게 교보를 위해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했다.
의외의 제안이었다.
은행 경력만으로 보험사에서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사장에 선임될 때 신 회장에게 한가지를 약속했다고 한다.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훨씬 강한 교보생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경영과 관련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강한 회사를 만드는데 모아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장 사장은 신 회장이 자신을 발탁한 것은 변화와 혁신을 강도높게 이끌어 주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교보는 최근 1~2년새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변신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세우는 등 이론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금까지 이같은 변화의 밑그림을 신 회장 주도로 그려 왔다면 앞으로는 자신이 변화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장 사장은 오랫동안 외국계 은행에서 익힌 경영 노하우를 교보 경영에 접목시킴으로써 단시일내 기업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변화와 혁신은 다름 아닌 회사의 부문별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 누적된 고금리 부채구조와 리스크 관리가 불충분한 자산구조를 새로운 손익구조와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게 당면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0개월여 동안 자산운용부문장으로 근무하면서 무수익 자산을 대폭 줄이는 등 자산 클린화작업을 벌였다.
다음으로 가치중심의 경영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 사장은 금융권간 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보험사도 개인 자산 형성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에 걸리고 사망해야만 보상을 하는 데서 한걸음 나가 생존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자리잡도록 보험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피력한다.
보험사 새내기 사장으로서 영업관도 당차다.
각종 시책을 내걸고 몰아붙이기식으로 영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게 나름의 분석이다.
교보를 선택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선진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야 영업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마케팅 관련 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장 사장이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장에 취임한 이후 업무시간의 70%를 영업조직을 독려하는데 쓰고 있다.
사장 취임후 가진 교보대상 시상식에서 내년에는 대상 수상자에게 그랜저 승용차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영업에 있어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을 잘하는 설계사에게 누적적으로 더 많은 수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당체계도 바꿀 방침이다.
그는 영업조직의 애환과 노고를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몸으로 느낄 참이다.
또 영업조직이 떳떳하고 효율적으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타사와 차별화된 가치있는 상품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장 사장은 '훨씬 강한 교보'를 위해 인력과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영지표중 하나인 1인당 생산성 측면에서 만족할 수 없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직원의 숫자만 줄인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직의 경쟁력이 커지는 건 아니다.
임직원들의 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경영자로서 자신의 포부는 3년후 회사의 순익규모를 작년(1천3백억원)의 3배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을 선택한 교보의 결정이 옳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고 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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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50년 부산생
69년 경동고 졸업
76년 외대영업과 졸업
76년 씨티은행 입사
86년 씨티은행 이사
96년 씨티리스 부사장
99년 씨티은행 중소기업금융 본부장
2000년 서울은행 부행장
2001년 7월 교보생명 부사장(자산운용부문장)
2002년 5월 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