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한한 노벨상수상 獨작가 '귄터 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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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위해 남한 주민의 세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서독 정부가 세금을 올리지 않고 기존 예산으로 동독을 흡수하려다 실패했습니다.
동독 경제는 파탄났고 수많은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넘어왔습니다.
통일 당시 분위기로는 서독 정부가 세금을 인상해도 반대하는 사람이 적었을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75)가 29일 서울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통일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그라스는 다소 구부정한 모습이었으나 파이프를 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그라스는 "무엇보다 남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단독으로 북한을 도와야 한다"며 "북한의 식량문제가 심각하다면 돈을 모아 먹을 것을 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라스는 시종 문학인답게 휴머니즘을 강조하면서 "분단 이후 남한보다 북한이 더 고통을 심하게 겪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한도 마셜플랜으로 원조받지 않았느냐"며 "이제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북 지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1970년대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펼때 제일 먼저 모스크바를 방문,소련의 재가를 받았습니다.
남북통일에도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최근 미국이 악의 축 발언으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는데 미국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스에 따르면 동방정책도 당시 야당이었던 기독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브란트가 독일-폴란드 국경을 확정지으며 더 이상 동쪽으로 진출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자 기민당은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브란트는 동방정책을 고수,함부르크~베를린 고속도로를 동독과 함께 건설하는 등 다양한 교류사업을 펼쳤다.
동서독 작가의 만남도 통일에 큰 기여를 했다.
그라스 자신도 80년대 말 동독 비자를 받아서 1일간 동베를린에 다녀온적이 있다고 했다.
"통일은 어느 한쪽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남한이 역사의 승리자로 북한에 군림해선 안될 것입니다.
남북한통일헌법을 만들어 한쪽이 '체면'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라스는 29∼30일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참가,소설가 황석영씨 등과 토론한 뒤 30일 월드컵 전야제에 참석하여 축시 '밤의 경기장'을 낭송할 예정이다.
글=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