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을 위한 협상이 29일 결렬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한동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없는 '식물국회'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를 놓고 서로 네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에 쏠리는 세계인의 이목은 아예 관심 밖인 듯하다.


민주당의 정균환 원내총무와 박병윤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정책여당'이라고 주장해왔다.


'현 정부의 개혁정책은 민주당 정책이므로 민주당이 정권말기까지 국회의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으로선 이를 선뜻 수용할 이유가 없다.


결국은 월드컵 기간중 방한하는 각국 정상을 비롯한 내빈을 맞아야 할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민주당의 정책여당론은 당장 총리실 등 정부부처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조업무운영규정'을 개정,주요 법령의 입안단계부터 한나라당 등 제정당과 협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했다.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할 일이 없어진 셈이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행보를 봐도 여당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


노 후보는 현 정부의 핵심적 개혁정책과 상당부분 배치되는 경제관을 수차례 피력했으며 이를 대선공약화할 계획이다.


노 후보는 은행민영화를 비롯, 철도 가스 전력 등 기간망산업의 민영화를 가능한 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대통령까지 발벗고 나서 올해 안으로 민영화의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정책여당론 자체가 노 후보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28일자로 2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만섭 국회의장은 대국민성명을 통해 "당리당략과 기싸움으로 원구성을 늦추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는 것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이 입법부 수장의 쓴소리를 얼마나 귀담아 들을지도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미지수인 것 같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