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의 리더십은 연구해볼 만한 과제다. 한국 축구 실력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린 그의 개인적 역량에 주목하자는 것 만은 아니다. 축구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기업경영과 조직관리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또 그같은 리더십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환경은 무엇인지가 오히려 더욱 큰 관심사다. 축구와 함께 한국 사회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자체 선거와 대선 역시 정치 리더를 뽑는 과정이고 민간 기업과 정부 역시 CEO 또는 고급관료 충원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히딩크 감독을 CEO라는 관점에서 비교,연구하는 것은 분명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벌써 삼성경제연구소나 일부 경영대학원들이 히딩크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히딩크 감독이 평가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본을 충실히 하고 장기적인 목표관리를 중시하며 철저하게 내부경쟁을 유도해내는 3박자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연이나 학연을 배제함으로써 조직역량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조직관리 원칙은 특히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대목은 과감하게 외국인 감독을 썼던 축구협회의 태도다. 히딩크 감독이 역량을 펼쳐보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그를 쓰는 쪽에서 믿고 맡겨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EO를 충원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확실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경영이나 정치,또는 행정은 복잡성의 수준이 축구와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히딩크 축구에서 성공한 것이 기업경영이나 정치 리더십에서 성공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성공하는 CEO의 덕목은 무엇이며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인지도 이번 한·일 월드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