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개막되는 31일, 세계의 중심은 서울이다. 전세계인의 눈이 동시에 한반도로 집중된다. 11개국의 정상급 인사와 거물 CEO들은 서울 상암동 경기장에서 조우한다. 한국을 찾은 수십만명의 관광객들도 '월드컵 코리아'의 물결을 만든다. 14년전 서울에서 열렸던 88올림픽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수식어를 지우는데 절대적 공을 세웠다. 한국은 88올림픽을 지렛대로 한단계 '레벨 업'했다. 이번 월드컵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버노바(2002 월드컵 공인구) 효과'로 한국은 한차원 높은 국가로 변모될 전망이다. ◆ 선진국으로 가는 관문 직접적인 효과만 약 12조원에 달한다는게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이다. 산업 전체의 생산유발효과는 7조9천억원, 부가가치 창출에서 3조7천억원의 효과를 낸다는 것. 여기에다 관광수입으로만 약 4천억원 정도를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산술적인 분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을 바로 알고,또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계기업 1백1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같은 사실을 잘 나타낸다. 본국사람들이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한 곳은 8.8%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월드컵은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된다는 결론이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남북대치(40.5%)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올림픽(17.7%)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 차지한게 월드컵개최(10.1%)다. ◆ 투자확대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월드컵 효과로 외국인의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재 제조기업의 경우 81.8%가 한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보다는 한국이 개최국으로서 더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월드컵이후 동북아의 허브로 부상할 것(51.5%)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이 한 차원 높은 국가로 격상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지난 8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스페인이 그랬다. 월드컵이후 연평균 2%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5천3백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92년 1만4천달러로 늘어났다. ◆ 절호의 기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 월드컵은 놓칠수 없는 호기이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마케팅으로 연결하겠다는 것. 월드컵을 가교로 세계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LG전자의 인도현지법인은 올해 매출목표를 21% 상향조정했다. 월드컵으로 대형TV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판촉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는 약 2백억원을 월드컵 홍보비로 투입키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관람객들의 방한을 지원하는 등 중국시장과 월드컵을 연결시키는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축구만큼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운동은 없다는 점에서 개최국인 한국의 기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맞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