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31일 개막된다. 전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쏠린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주목된다. 월드컵은 개최국에 생산.고용확대 등 직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경제의 그림자'인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지난 1998년에 열린 프랑스월드컵은 약 3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프랑스에 안겼고,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4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역대 월드컵 때 주최국의 경제는 단기적이나마 호황을 누렸고 주가도 크게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한국의 경우 88서울올림픽으로 경기회복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가장 최근에 월드컵을 개최했던 프랑스를 보자. 98년 당시 파리증시의 대표지수인 CAC40은 그해 1∼7월까지 46.5%나 치솟아 미국(21.8%) 영국(17.5%) 등 여타 선진국 증시에 비해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월드컵 개최 1년전에 비해서는 무려 60%나 상승한 것이다. 이탈리아(90년)도 대회 개최시점에 22.35%, 미국(94년)은 22.74%가 올랐다. 스페인도 월드컵 개최시점인 82년 7월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월드컵 프리미엄'을 누렸던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회 후에는 조정을 겪었다. '월드컵 약발'도 튼실한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개최 후 6개월간 거꾸로 31.5% 하락했다. 또 스페인은 15.5% 떨어졌다. 상승폭이 가장 컸던 파리증시도 월드컵 이후 2개월반 가까이 30% 정도의 조정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드컵 효과는 살아있다'는 쪽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월드컵 직후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3개월여 만에 이전지수를 회복했으며 상승추세의 연장선에 진입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결국 중기적으로는 월드컵 이후 1년반 동안 CAC40지수가 98년초의 저점 대비 1백8%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조정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고조되고,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였던 롱텀캐피털이 파산하는 과정에서 세계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등 외부변수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한국의 경우도 이번 월드컵을 발판으로 지난 4월 이후 이어진 조정을 마무리하고 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적효과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소비심리의 부활이다. 프랑스에서는 97년말까지 마이너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소매매출증가율이 98년 월드컵을 계기로 뚜렷한 '업턴(up-turn)'으로 돌아섰다. 소매매출은 98년 들어 큰폭으로 증가했고 99년을 넘어서도 연평균 7%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기업들의 매출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당시의 소비심리 회복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