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간값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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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중요성을 담은 속담이나 격언은 무수히 많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간은 화살같다' '시간은 금이다'(벤자민 프랭클린) '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롱펠로) '사람의 인생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카네기)
영화에선 '백 튜더 퓨처' '터미네이터' '2009 로스트메모리즈'처럼 현재에서 미래나 과거, 혹은 미래에서 과거로 움직여 상황을 바꿀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설사 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바라볼 수 있을 뿐 관여하진 못한다고 한다.
누구도 지금 이 순간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시간은 또 물리적으론 누구에게나 같지만 심리적으론 연령 환경 경험에 따라 모두 다르다.
청소년의 1년은 마냥 길지만 장ㆍ노년층의 1년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재미있는 게임과 지루한 수업의 시간은 결코 똑같지 않다.
흥분제를 복용하면 같은 10분도 길게, 진정제를 먹으면 짧게 느껴진다고도 한다.
뭔가에 열중하면 시간이 빨리 가지만 훗날 회상할 때는 실제보다 길게 느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이안 워커 교수가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방정식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임금 세율 생활비만 알면 일하는 시간은 물론 잠자고 세수하고 먹고 노는, 모든 시간의 값이 얼마인지 따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식에 따르면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청소 아이보기 등에 소요되는 개인별 시간 가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사노동 가치를 둘러싼 논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저녁식사를 집에서 해먹는 것과 테이크아웃점을 이용하는 것을 비교했더니 사다 먹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택시를 타는 것과 버스를 타는 것의 경제적 가치 차이도 확실해지게 됐다.
그러나 단순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시간도 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여행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고 정신적 충족감을 만끽하는 일의 가치를 어떻게 돈 '얼마'로만 산정할 수 있을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