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의 이변은 이번에도 일어났다. 아프리카의 '검은 사자' 세네갈이 세계 최강 프랑스를 침몰시키며 대파란을 일으켰다. 3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2위이자 월드컵 처녀출전국인 세네갈은 전반 29분 터진 파프 부바 디오프의 결승골에 힘입어 지난 대회 챔피언인 프랑스를 1-0으로 격파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경기 초반은 프랑스가 주도했다. 미드필드의 우세를 바탕으로 쉴새없이 세네갈 문전을 위협하던 프랑스는 전반 20분 티에리 앙리의 패스를 받은 다비드 트레제게가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오른쪽을 맞고 튕겨 나오고 말았다. 프랑스의 공세에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리던 세네갈은 곧바로 9분 뒤 맞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첫골을 뽑아냈다. 센터 서클에서 한번에 찔러준 패스를 받은 세네갈의 공격수 엘 하지 디우프는 프랑스의 왼쪽 수비수 프랑크 르뵈프를 순식간에 따돌리고 중앙으로 센터링했다. 당황한 프랑스 수비수 에마뉘엘 프티는 이 공을 차내려고 했지만 공은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즈의 몸에 맞고 골문 앞으로 흘렀다. 순간 달려들던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가 공을 가볍게 왼발로 차넣으며 프랑스의 골네트를 갈랐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열린 2002월드컵 대회의 첫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프랑스는 전반 공 점유율에서 6-4, 슈팅수에선 5-4, 코너킥에선 3-0 등 경기내용 면에서 시종 세네갈을 리드했지만 두터운 세네갈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프랑스는 19분 앙리가 세네갈 패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골은 포스트를 맞고 들어가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인 앙리와 트레제게의 몸놀림도 전에 없이 무거워 보였다. 반면 첫 출전에 세계 최강팀을 맞은 세네갈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세네갈의 골키퍼 토니 실바는 6∼7차례나 프랑스의 결정적인 슛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선방을 펼쳐 상암구장을 찾은 5만여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