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중계된 2002년 월드컵 개막식을 지켜보며 아시아전문 기자로서 한국에 대한 긍지를 느꼈다. 한국의 미를 아름답게 연출한 개막식 행사내용도 뛰어났지만 지구촌 가족들에게 보내는 "세계 평화 기원" 메시지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지구촌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한국인들의 메시지는 이번 월드컵이 그야말로 전세계인의 축제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아시아의 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속의 한국임을 보여줬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구촌사람들에게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성대히 선포한 한국인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개막식에서 울린 종소리는 새로운 한국을 만방에 알리는 신호음이었다. 한국은 1988년 올림픽을 통해 일본 식민지와 6.25 폐허에서 일어나 신흥산업국으로 부상한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2002년 월드컵은 단순한 신흥 산업국이 아니라 5천년 역사를 가진 문화국가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경제발전의 모습만 부각됐을뿐 문화적 가치는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그동안 아시아 전문 기자로서 한국에 대해 무지한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답답한 적이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한국의 실제 가치를 보여주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월드컵 개막 직전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달 26일자 프랑스 신문을 보면 한국 관련 기사로 가득했다. 프랑스 언론은 최강 프랑스를 쩔쩔매게 한 한국축구 소식과 칸 영화제감독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화와 영화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로 체육면과 문화면을 채웠다. 월드컵 직전에 나온 소식이라 그 반향도 대단했다. 지금부터 월드컵 대회가 끝나는 한달동안 전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될 것이다. 한국은 이같은 세계인의 관심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지 제고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지난달 29일부터 파리 팔래드 콩그레에서는 한국 일류상품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상품들에 대한 일반 관람객들의 인식은 전쟁 폐허에서 경제 기적을 이룬 신흥 산업국의 상품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두가지 요인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비슷한 품질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팔기 위해선 그 상품을 만든 국가의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신흥 산업국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해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는 오히혀 손해를 봤다. 월드컵 개막식 행사는 한국이 고급 문화 국가이자 세계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화 국가란 것을 만방에 알렸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문화강국 한국"이 널리 알려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 나시오날 아시아 전문 해설위원, 프랑스 아시아 전문 기자협회장 > 정리=강혜구 파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