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옥석가려야할 '日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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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지요다구는 일본의 심장이다. 천황이 사는 황거와 국회,그리고 정부 부처가 모두 몰려 있다.
일류기업과 금융기관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도 여기다.
지요다구의 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이색 기자회견을 가졌다.
"보십시오.30분 동안 길에서 이렇게 많은 담배꽁초를 저 혼자 주웠습니다." 그가 들어보인 쓰레기수거용 비닐 대봉투에는 담배꽁초가 반 이상 차 있었다.
"이래서 보행 중 금연구역을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니 주위 사람들이 화상을 입게 되고,꽁초를 아무데나 버려 거리도 더러워지지 않습니까?"
구청은 관내에 7개의 보행 중 금연구역을 지정했다.황거주변도 들어 있지만 통학로와 전철·지하철역 주변이 핵심 대상이다. 이 지역에서 걸어다니며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버리다 적발되면 최고 5만엔까지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명색이 선진국이고,아시아에서 인권을 가장 존중한다는 나라가 흡연의 자유를 제한한다니 제3국인들의 시각으로는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반발을 무릅쓰고 지요다구가 벌금이라는 '칼'을 빼들었을 만큼 일본 행정당국이 벌이는 꽁초와의 전쟁은 만만치 않다.
역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물론 인도 한복판에도 늦가을 낙엽처럼 꽁초가 수북이 깔려 있을 때가 허다하다.
장기불황은 일본경제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국채신용등급은 5월말 중진국 수준으로 추락했다.상처는 경제뿐이 아니다.양식과 도덕도 흔들리고 있다.꽁초와의 전쟁에 지친 나머지 벌금제를 신설한 지요다구의 고뇌가 이를 잘 보여준다.
"청결·질서의식에서도 일본에 꿀릴 것 없다는 자신감이 고조돼 있다."
일본의 한 신문은 월드컵 개막일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신문의 지적이 공동개최국에 대한 예우인지,아니면 속내와 동떨어진 표현인지 참뜻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등만 보고 달린 한국인들에게 이 신문의 칭찬과,구청장의 기자회견은 '앞으로는 배울 것과 버릴 것을 잘 가려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