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두단계 강등된 일본 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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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가 일본의 엔화표시 국채등급을 A2로 두단계나 한꺼번에 떨어뜨린 최근의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
등급을 조정한 날이 공교롭게도 한·일 공동월드컵이 막을 올린 지난 31일이기도 해서 일본으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일본의 엔화표시 채권에 적용되는 신용등급은 G7국가중 최하위 등급이 되는 동시에 경제규모가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약한 그리스 남아공 등과 같은 수준이 되고 말았다.
또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A3)과도 한단계 차이만 남겨놓게 됐다.
무디스의 거듭되는 신용등급 하향조치가 일본의 과도한 정부채무에 대한 경고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 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백30% 수준인 6백20조엔에 달하고 무엇보다 증가속도가 빨라 최근 1년동안 만도 50조엔이나 늘어났다는 것이고 보면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조치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어떻든 지난 98년 Aaa의 최상위 등급에서 이번까지 4번에 걸쳐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등급이 떨어지고 있음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무디스 등의 신용등급 조정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신용평가사들의 일방적 횡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등급을 되올릴 만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앞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각국 정부간의 줄다리기는 갈수록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일본에 적용된 신용등급은 엔화표시채(국내 채무)에 대한 등급일 뿐 일본의 대외 지불능력(대외 채무)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달러 보유국이며 충분한 대외 지불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에도 외화표시채 등급은 종전대로 Aa1을 유지했다.
문제는 경기부양을 위해 과도한 빚을 졌고 바로 이 때문에 '정부의 지불 능력'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만은 없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 96년 GDP의 8.8%에 불과했던 정부채무(보증채무 제외)가 작년말 현재 20.8%로 증가추세에 있고 금액도 1백13조원대로 불어나 정부예산에 맞먹는 규모다.
정부가 보증한 공적자금까지 감안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 또한 분명하다.
외환위기 극복 등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되는 추세에 있다고 마냥 안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