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경제연구소 강록희 애널리스트(인터넷·SI담당)는 요즘 씨엔씨엔터프라이즈를 정기적으로 실적 등을 추정·분석하는 기업분석대상(Universe)에서 제외시킬 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동안 기업 탐방 때마다 회사측이 성사될 것이라고 장담해온 독일 철도청 수주건이 결국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측 전망을 토대로 추정한 2004년까지의 실적전망을 더이상 믿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증권사 기업분석팀이 코스닥 분석대상 종목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최근 2년 간의 시장침체로 코스닥기업들이 투명성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데 따른 것이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탐방 횟수를 급격히 줄이고 있으며 탐방을 요청한 기업에 대해선 이상한 시선을 던지는 등 기업분석과 추천종목 발굴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코스닥기업이 고질적인 '실적 부풀리기'로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얘기다. ◆분석종목 교체=현대 LG투자 대신 동원 굿모닝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 들어 분석대상 종목을 대거 교체했거나 교체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14개 종목에 대한 분석을 포기했다. LG투자증권도 올 들어 24개 기업에 대해 방문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도 공식 발표는 미루고 있지만 분석종목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몇 개월 간 추진해온 수주건이 무산되거나 호언장담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 '용두사미'기업 등을 분석대상에서 제외시켜 실적추정 모델을 재작성 중"이라고 귀띔했다. ◆신뢰 잃은 코스닥기업=애널리스트들이 분석종목을 교체하는 배경은 코스닥기업에 대한 불신이다. 지난주 말 씨엔씨엔터의 독일 철도청 수주 무산 발표에 이어 디지텔 부도는 코스닥기업 신뢰에 치명상을 입혔다. 디지텔은 1차 부도 후 "은행권 주5일 근무제에 대처하지 못한 '실수'"라며 "2백억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어서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음 날 최종 부도 처리됐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은 수주건이나 계약건을 홍보하는 코스닥기업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다보니 올 초 러시를 이뤘던 기업탐방도 급격히 줄어 들었고 신규종목 추천이나 스몰캡(신규등록주나 소형주)보고서 작성도 중단한 상태다. 이혜린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보고서가 작성돼 화제를 모은 스몰캡 종목들이 최근 급락하면서 스몰캡 운영도 움츠러들었다"고 말했다. 우성진 현대증권 스몰캡팀장은 "시장 분위기상 신규등록주나 소형주에 대해선 분석을 자제 중"이라며 "시장이 되살아난 뒤에나 스몰캡 종목발굴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