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모든 약속에 우선한다.' 월드컵 예선경기가 하루 3∼4게임씩 잇따라 열리면서 경기가 없는 시간에 가능한 한 약속을 잡으려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기대와 개막전 이변 등이 겹쳐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시민들의 생활패턴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당초 예정된 각종 약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예선전이 열리는 4,10,14일은 아예 만남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학원생 배모씨(27)는 "경기일엔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가족끼리 지방원정 응원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스포츠센터나 학원 등은 한국전이 열리는 날은 아예 문을 닫거나 휴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은 직장인들의 퇴근시간마저 앞당겼다. 평소 축구에는 무관심했던 상당수 주부들은 월드컵 덕택에 남편이 일찍 귀가,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반면 유흥업소들은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부진하지 않는 한 당분간 장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월드컵에서도 '올빼미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과거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 월드컵이 개최됐을 때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TV를 시청했던 열성축구팬들이 재방송을 연이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