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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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낮은 세율과 규제완화로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낮고 안정적인 세율을 유지해야만 아시아 비지니스중심지(허브)로 부상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악관 바로 옆 행정부 건물 1층에 집무실을 두고 수시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자문하는 허바드 위원장을 만나 세계경제와 통상현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 만난 사람 = 고광철 < 워싱턴특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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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동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십시오.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실물경제동향과 경제정책 두가지 면에서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동향면에선 우선 개인들의 소비지출이 줄지 않는다는 점을 들수 있습니다.
경기침체기에도 소비는 비교적 견조했습니다.
경제자문위원회는 올해 중반이나 후반이 되면 기업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적인 면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극적인 금융완화정책을 펼쳤습니다.
금융완화정책은 12~18개월 후에 실물경제에 반영됩니다.
여기에다 정부의 세금감면까지 실시돼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제전망작업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부터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3~3.5%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최근 달러화가 엔화 및 유러화에 대해 5~6% 정도 떨어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가 계속될 경우 달러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폴 오닐 재무장관은 경상적자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 주십시오.
"오닐 장관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경상적자는 이론적으로 투자와 국내저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커지더라도 단기적으론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장기적으론 저축을 늘려가야 합니다.
저축 확대가 점차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할 것 같습니다."
-철강수입규제에 대한 교역상대국의 불만이 높습니다.
자유무역 기치를 내걸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보호무역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닙니까.
"엄밀히 말하면 철강관세는 무역정책이라고 볼수 없습니다.
그것은 국내법에 따라 철강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할수 있도록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 준 것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노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개혁노력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정부의 지도력이 인정받고 대외신인도가 높아졌습니다.
일본보다 훨씬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 주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민영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외부의 시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나는데 그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든다면.
"한국 정치에 전문가가 아니어서 원론적인 얘기만을 할 수밖에 없군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낮고 안정적인 세율,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규제, 지속적인 민영화 등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율 자체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살림 형편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이상적인 세제는 과세 대상이 넓으면서도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서도 세율 인하를 주장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됩니까.
"그런가요.
낮은 세율은 성장을 위한 고전적인 처방입니다.
또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규제도 최소화해야만 투자가 늘어납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자동차 수입관세(8.5%)를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세율이 미국의 자동차 수출에 결정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율관세가 부담이 되죠.
무역장벽으로 작용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관세를 낮출 경우 유럽차나 일본차가 더 많은 혜택을 볼수도 있다는데 그렇더라도 한국 소비자들에겐 좋은 일입니다."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지(허브)가 될수 있다고 봅니까.
"한국에는 여러가지 산업이 있고 우수한 근로자들도 많습니다.
여기에다 앞서 얘기한대로 낮고 안정적인 세율및 규제완화 등 기업이 투자할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면 아시아 허브로 발전할수 있습니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했지만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하이닉스 인수는 실패했습니다.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는 한국경제에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반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하이닉스 인수 실패는 유감입니다.
미국은 물론 어느 나라든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그 나라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하이닉스 인수 실패가 유감스럽다는 얘기입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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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플로리다주 출생(1959)
중부 플로리다 대학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박사(1983)
노스웨스턴, 컬럼비아대학 교수
재무부 세금분석 담당 부차관보(1991~1993)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연구원
워싱턴 미국기업연구소(AEI) 세금정책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