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07
수정2006.04.02 15:09
2일 밤 월드컵 B조 예선 첫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동의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입구 대로변.
교통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하루종일 불법주정차를 막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린 덕분에 차량소통이 원활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동차를 아예 가져오지 않고 지하철이나 셔틀버스를 이용한 것도 한몫 했다.
경기장을 찾은 김영철씨(45·부산 해운대구)는 "월드컵 개최로 도로도 뻥 뚫리고 시민들 교통의식도 높아져 선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든다"고 뿌듯해 했다.
김씨는 "이젠 어떤 국제대회를 열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4일 열리는 한국과 폴란드전에도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선진 교통 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일이 있었다.
교통질서 유지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이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차량을 불법주차시켜 놓았던 것.
이들은 마치 "설마 공무원 차량을 단속하겠느냐"는 생각을 한 듯 시민들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 경찰서 행사차량'이라는 큰 글씨를 승용차 유리창에 붙여놓은 채 버젓이 차를 세웠다.
그러나 그 '공무수행차'엔 몇 분 후 '불법주차' 딱지가 보기좋게 붙었다.
바로 옆 차량에도 '공무수행중'이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붙어있었지만 불법주차 딱지를 피해가진 못했다.
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가 공무원차량에 불법주차 딱지가 붙은 모습을 본 박광희씨(38·부산시 북구)는 "행사를 진행하러 왔는지 경기를 관람하러왔는지 모르겠지만 부산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뜻 깊은 날 경기장 근처에서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4일 부산 경기장에선 우리 국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한국-폴란드전 경기가 열린다.
이날엔 차량들이 더 밀려들텐데 시민 차량보다 불법주차된 공무원 차량이 더 많은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