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피버노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 세계 60억 인구가 축구공(직경 22.2㎝,무게 4백50g)을 쫓아 열광하고 있다.
축구공이 네트에 꽂히는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될 때마다 지구촌 사람들은 민족 종교 문화를 뛰어 넘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무엇이 이토록 축구에 미치도록 만드는가.
그것은 뭐니뭐니 해도 '의외성'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축구를 얘기하면서 '공은 둥글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바로 이 의외성을 두고 하는 비유적 표현일 게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희열을 느끼고 해방감을 만끽하는가 보다.
축구경기에서의 볼은 생명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각국은 경쟁적으로 구질(球質)에 대한 연구를 한다.
이번 월드컵의 공인구는 최첨단 소재를 사용한 '피버노바'이다.
열정을 뜻하는 피버(fever)와 별을 의미하는 노바(nova)를 합성한 단어인 이 공은 반발력 탄력 회전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한다.
월드컵에서의 최초 공인구는 1970년 멕시코대회에서의 '텔스타(telstar)'였다.
이전까지는 공인구가 없어 공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루과이 월드컵 때는 결승에서 맞붙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기네 공을 사용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전·후반에 각각 다른 공을 사용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74년 서독 월드컵대회에서는 텔스타에 방수처리를 한 '칠레 텔스타'가 사용됐고,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탱고의 나라를 상징해 공식구 이름도 '탱고'로 지었다.
82년 스페인 월드컵은 '탱고 에스파냐',86년 멕시코 월드컵은 아즈텍 옛 문명을 기리며 '아즈테카'로 명명했는데 1백% 인조가죽이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에트루스코',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퀘스트라',지난번 프랑스 월드컵의 공식구는 청·백·적의 국기를 상징한 '트리콜로'로 처음 컬러를 사용했다.
돼지 오줌보에서 천연가죽,이제는 최첨단 소재인 신택틱 폼으로 개량되고 있는 축구공의 역사는 곧 월드컵의 역사이기도 하다.
4년후 독일 월드컵에서는 어떤 공이 선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