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에 느닷없는 '무더기 공석 사태'의 찬물이 끼얹어졌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거대한 규모의 경기장을 지어놓았지만 입장권 판매가 엉터리로 되면서 경기장이 텅텅 비어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입장권이 매진된 경기에서도 공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열리는 한국-폴란드전 입장권도 3천장이 남은 것으로 밝혀져 공석사태는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조직위에는 3일 하루 종일 자리가 텅텅비었는데 왜 입장권을 팔지 않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정부는 수익만 바라고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입장권판매대행사인 바이롬사에 정확한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기로 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공석 및 피해 현황=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3일 울산 브라질-터키전에서도 총 4만3천5백12석 중 3만3천8백42석만 채워져 1만여석이 남았다. 이전 총 8경기에서는 9만1천1백석이 빈 자리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부산 파라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는 2만1천6백석,광주 스페인-슬로베니아전에서는 1만9천석,1일 덴마크-우루과이전 1만석,개막전 3천5백석의 공석이 발생한 것. 일본은 지난 1일 1만9천석의 공석이 생긴 데 이어 2일에도 1만8천석의 자리가 비었다. 경기당 평균 1만석이 넘는 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입장권 수입 전액을 가져가는 양국 월드컵조직위는 경기당 10억원씩,총 64경기에서 6백40억여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무더기 공석이 주최국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난다. ◆바이롬사로 인해 공석 발생=한국 월드컵조직위(KOWOC) 임채민 미디어지원국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는 입장권이 87% 가량 팔렸지만 바이롬사가 맡았던 해외판매분은 22% 판매에 그쳤다"며 공석발생 이유를 해외판매분 미진으로 해명했다. 총 입장권 3백20만장 중 1백50만장을 책임진 바이롬사가 손을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바이롬사는 특히 입장권 판매 수수료(9%)를 독식하기 위해 경기시작 직전까지도 입장권 판매현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팔린 입장권을 국내에 내놓을 경우 판매수수료를 국내 대행사와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FIFA도 책임 면치 못해=FIFA는 그동안 해외 입장권 판매 실적이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입장권 판매현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금만 빨리 공개했어도 국내에서 상당량을 팔 수 있었을 것이다. 바이롬사를 판매대행사로 선정한 것도 의문투성이다. 바이롬사 사장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친척으로 알려진 하이메다. 바이롬사는 정식직원이라고는 사장을 포함해 단 3명에 불과한 영세업체임에도 불구하고 FIFA의 숙박업무와 입장권 해외판매까지 대행하고 있다. 선정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블래터 회장의 재선으로 반대파의 입김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어 이 문제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 ◆손해배상 청구 봇물=바이롬사의 그동안 행태를 감안할 때 추가 공석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바이롬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KOWOC와 일본조직위(JAWOC)는 물론 일본의 미야기현같은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도 외국 관광객 감소로 인한 손해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