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월드컵 경기와 시장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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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FIFA 한일 월드컵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6월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문을 열었다.
지난 4∼5월 2개월째 월봉상 음봉을 출현시키며 조정을 보인 이래 외국인 등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6월 첫 거래일을 양봉으로 맞았다.
영국 대행사의 중복 판매 등 어처구니없는 부조리가 드러나고 관광객들이 줄 것이라는 소식으로 항공과 숙박업 등 월드컵 단기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분 약화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민은행, 포스코 등 낙폭과대 핵심 블루칩은 반등했다. 또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 관련주는 내수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상승, 지수 800선 회복에 기여했다.
특히 외국인이 사흘만에 순매수를 보인 가운데 지난 5월 20일 1,246억원 이래 최대 순매수인 810억원으로 지수 반등을 주도, 시장안정감을 강화시켰다.
시장에서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Triple witching day) 이전까지는 수급 악화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어서 가격 논리와 수급 부담이 부딪히면서 향후 장세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지난주 일본 정부가 대규모의 달러 매수개입에 나선 뒤 환율안정이 이뤄지고 선물시장에도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국내 경기가 견조하고 지수급락 이후 가격 메리트가 생겨난 만큼 수급 악화가 차츰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박성민 트레이더는 "미국 경제에 대해 딱히 긍정적인 기대감이 많이 약화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매수를 서두르기보다는 살 기회는 있는 만큼 만기청산물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월드컵 승패의 펀더멘털 = 21세기 처음이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한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한국과 일본을 필두로 이미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으로 경제 및 기업 관련 펀더멘털과 수급, 정치사회적 사건, 투자심리 등을 꼽는다고 할 때 월드컵 경기와 비유를 들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월드컵이 세 차례의 예선을 거쳐 본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체력과 기량을 물론 감독과 선수간의 조화와 승리의지, 그리고 응원의 열기가 승리를 위한 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시장에서도 월드컵 개막과 함께 조별 예선이 치러지면서 한국의 16강 진입 여부를 비롯해 월드컵 관련 얘기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대로 월드컵 단기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다는 아쉬움도 있으나 월드컵의 부가가치는 경기장 건설 등에 따라 건설주 등에 이미 반영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월드컵 이후 한국사회에 대한 대내외 인지도 제고 등의 중장기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할 만하다고 하겠다.
지난 주말 경기를 놓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비유가 제시됐다.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비롯해 잉글랜드와 스웨덴,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경기가 흥미로움을 줬다.
특히 프랑스의 지단과 잉글랜드의 베켐이 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플레이메이커(Play-maker)로서 제활약을 하지 못한 것이 승패에 직결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녹슨전차'라는 비아냥을 일축하고 부활한 독일과 자신감을 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결과는 무려 8 대 0이었고,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F조에서 힘과 기량을 맘껏 발휘하며 '우승후보 1위'의 명성을 확인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나 영국은 기대감은 높았으나 게임을 이끌 주도세력이 없었고 사우디는 전략이나 체력, 자신감 등이 모두 결여됐다"며 "반면 아르헨티나의 경우 체력과 기량, 자신감 등이 결합되면서 첫 경기의 부담감을 이겨낸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 단기 수급 해소 관건, 국내 경기 호조 =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가운데 기업실적 부진, 달러화 약세, 자본의 미국 이탈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또 여타 테러 위협이나 인도와 파키스탄간 긴장감 등 불확실성도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5월중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와 4월중 공장주문이 개선됐고 이어 이번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발표될 공급관리기구(ISM) 제조업 및 비제조업 지수도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경제지표만을 가지고 현재 미국 시장의 난맥상이 단기간에 급반전을 이루면서 풀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3/4분기 이후에 대한 전망만은 거두지 않고 있으면서도 2/4분기 모멘텀 공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한 것이 현재의 시장흐름이다. 최소한 6월 중순 이후 미국의 실적 발표가 나와야 뭔가 확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경기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여전하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이나 4월중 산업활동동향에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내수는 전월비 대비 기준으로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경기의 견조한 흐름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들의 체감경기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이 업종별 매출액순으로 600대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6월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21.8을 기록, 향후 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3∼5월중 석달간의 140을 넘는 지수에 비해서는 둔화됐으나 경기바닥권에서 나타난 회복 기대감의 강도와 1/4분기 5.7% 성장 이후의 차별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강한 수준이다.
여름철 비수기에 진입한 정유, 전력 및 가스업종이 급격히 하락했으나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월드컵 과 선거 관련 업종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25로 나타났다. 지난 2/4분기 133보다는 낮아졌으나 기준선인 100을 훨씬 초과, 3/4분기 경기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응답업체 분포에서도 3/4분기 경기가 더 나아진다는 업체는 544개로 40.0%였으며, 2/4분기와 비슷할 것으로는 607개업체, 44.6%가 응답했다.
제조업체들은 미국 경제가 기대보다 완만하게 회복되고 환율이나 유가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갖고 있으나 수출과 설비투자 등 양부문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근본적인 기대감은 강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5월까지 주식시장은 2/4분기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달아올랐다가 실망감으로 조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추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기간 조정 양상으로 이해하고 수급 해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국내적으로는 6월물 선물옵션 만기일, 미국의 2/4분기 실적 발표 시기를 넘겨가면서 시장의 변화가능성을 봐야할 것"이라며 "국내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올해 시장의 특징이 내재가치를 기초라 한 차별화 장세라는 점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