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이 일어나 소고를 치며 상암아리랑을 합창할 때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두달동안 밤낮으로 고생한 2천3백여명의 출연자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언론이 '첨단과 전통이 어우러진 평화의 축제'로 극찬한 월드컵 개막식. 이 행사를 총괄 연출한 제일기획 김찬형 팀장(42)은 "모든 공연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준 1천3백여명의 군인들과 날밤을 꼬박 새며 도와준 10여명의 후배 광고인들에게 특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번 개막식은 한국 이벤트 산업이 전세계를 향해 내민 '도전장'이라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이 조명 음향 첨단영상장비와 같은 하드웨어를 앞세워 세계 이벤트 산업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서 연출·기획력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있어선 우리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아프리카 서아시아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자체적인 이벤트 기획력과 집행력이 없는 지역으로 우리 연출력이 수출돼야 한다"며 "부산 아시안게임과 내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선 해당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퍼포먼스의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88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김 팀장은 14년간 외길을 걸어온 한국 이벤트 연출 분야의 대표주자다. 연세대 재학시절 응원단장을 지낸 경험이 이번 개막식에서 관중과 출연자들을 하나로 묶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밥 먹고 한 일이 이것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한국 공연 산업의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