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때때로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주 이 사실을 많이 보여줬다. 우선 파키스탄은 핵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들을 시험발사했다. 그중 하나는 인도의 주요 대도시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행한 무샤라프의 대국민연설에서 인도와 세계는 화해의 발언을 기대했지만 그는 정반대의 말들을 쏟아냈다. 무샤라프는 인도의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회교도들을 공격한 것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투사들이 인도 카슈미르 지역에 잠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즉시 무샤라프의 연설내용이 부적절하고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전세계는 지금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가공할 핵무기전쟁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재래식 전쟁도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파키스탄이 지고 무샤라프 정권이 무너진다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고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무샤라프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의 끈을 잘라버리고 미국의 아프간 전쟁 승리에 기여한 인물이다. 또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는 파키스탄 산악 지역에 은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의 테러위협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이 이들을 뿌리뽑도록 허용하고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행히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파키스탄 고위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무샤라프는 이미 인도에 대한 습격을 중단하고 반군캠프를 해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 미국에 이 명령이 실행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무샤라프의 공격적인 연설은 이같은 후퇴를 감추기 위한 연막일 수도 있다. 미국도 양국 분쟁에 적극 개입,전쟁위험을 줄여가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거의 매일 무샤라프 대통령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파키스탄의 급습이 중단되리라는 것을 인도측에 확신시키고,파키스탄측에는 인도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어떤 형태로든 카슈미르에 대해 양보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의 이같은 임무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우선 인도에 잇단 공격을 감행해온 카슈미르 무장세력은 무샤라프의 영향권 밖에 있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이들 세력을 관리해온 파키스탄 군정보국(ISI)은 '국가속의 국가'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어 군참모총장 출신인 무샤라프 대통령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ISI조차 카슈미르 무장세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무샤라프가 탈레반을 차버린 후 더욱 악화됐다. 카슈미르 무장세력은 지난 80년대 이후 아프간 무자헤딘및 탈레반과 함께 싸워 왔다. 이들은 무샤라프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킬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반면 인도는 카슈미르에 관해서는 국제사회등 제3자의 개입을 일절 허용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다. 두 나라간 분쟁의 중심에 카슈미르가 있다는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인도의 기본적인 태도는 현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며 실질적인 변화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태가 인도를 전쟁의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자세는 무모하다. 인도가 해야 할 일은 파키스탄이 향후 두달 동안 카슈미르의 이슬람무장세력을 강력하게 단속한다면 카슈미르문제에 대한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약속,무샤라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6월1일자에 실린 '가장 약한 고리(The weakest line)'란 제목의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