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으로 상징되는 분식회계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엔 '탈세'파문이 일면서 미 증시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시가총액기준으로 미국내 20대 기업에 들어가던 타이코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CEO인 데니스 코즐로우스키(55)가 3일(현지시간) 탈세혐의로 검찰당국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격 해임됐다. 금융에서 제조업까지 다양한 업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GE와 함께 미국의 양대 재벌중 하나로 꼽히는 타이코는 이날 'CEO 해임'여파로 주가가 주당 16.05달러로 27% 폭락했다. 타이코 탈세파문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다우지수가 2백15.46포인트(2.17%) 하락하면서 9,700선에 턱걸이 했고 나스닥지수도 3.29%(53.17포인트) 떨어져 1,500선대로 힘없이 무너지는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도 등 각종 지표들은 경기회복을 가리키고 있으나 증시는 맥을 못추고 있는 게 미 증시의 현주소다. 이는 경기회복이 기업실적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위장거래등 각종 술수가 난무하면서 증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분식회계에 탈세스캔들까지 겹치는등 미국 기업들의 신용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코측은 즉각 이사회를 열어 코즐로우스키가 취임하기 전인 1982~92년 회장직을 맡았던 존 포트가 다음 회장 선출때까지 임시로 회사를 이끈다고 밝혔지만 '탈세파문'은 당분간 미 증시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코즐로우스키의 탈세가 개인차원의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공익재단이 세금을 내지 않는 점을 이용,가족들 명의로 만들어 놓은 공익재단(패밀리 트러스트)에 수억달러의 자산을 투자해놓고 여기서 돈을 빼내 고급 요트등을 세금없이 싸게 구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인 탈세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