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5월 제조업지수가 200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달러와 주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달러당 1백35엔선이던 달러가치는 지금 1백23엔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1,600선 아래로 하락,작년 9·11테러사태 때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대형 우량종목 주가는 6개중 1개꼴로 9·11테러 직후보다 더 떨어졌다. 강한 달러를 지탱해온 자본유입은 급격히 둔화되고,미국자금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돼온 미국번영의 시대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미국 달러가치가 강세에서 약세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이는 미 증시 침체 지속과 금리및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95년 이후 작년말까지 세계 주요통화에 대해 50%이상 올랐던 달러가치는 엔에 대해서는 달러당 연초 1백35엔선에서 1백23엔선,유로에 대해서는 유로당 0.89달러선에서 0.93달러선으로 각각 떨어졌다. 월지는 이같은 달러가치 하락세가 미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해외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미국 이외 지역으로 다각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수년간 하루평균 1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자본 유입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 경제 회복둔화 우려와 엔론사태로 촉발된 미 자본주의체제의 신뢰도 하락,테러위협등으로 외국인들이 대미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해외자본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달러가치 하락이 미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97년 자본 순유입액은 10년전의 두배인 2천5백40억달러에 달했고 2001년에는 4천5백50억달러로 급증했다. 현재 외국인들은 미국채의 40%,회사채의 24%,주식의 13%를 소유하고 있다. 월지는 달러약세로 외국자본유입이 더욱 둔화될 경우 미 증시가 장기적인 침체국면을 맞는 등 금융시장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경고했다. 또 달러약세에 따른 수입상품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이는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미 경제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