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스위스 월드컵 첫 본선 진출,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4회 연속 본선 진출….'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국은 꾸준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48년 동안 14전4무10패. 강팀을 만나 허둥거리는 대표팀의 모습에서 우리는 수없이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고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장면에서는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목격하기도 했다. '도전과 좌절'의 반복이었던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이제 우리는 세계 최대의 축구 제전인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월드컵에서의 첫 승을 거둠과 동시에 16강 진출의 꿈을 달성하려 한다. ◆54년 스위스,'0-9'=한국전쟁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한국. 당시 우승후보로 꼽히던 헝가리에 0-9로 패하며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전반 23분 치보르에게 첫 골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 전반에만 4골. 후반 들어서도 헝가리의 파상공세에 넋을 잃어 결국 0-9로 경기를 마쳤다. 제대로 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 이틀 전에 1진이 스위스에 도착한 탓에 한국 선수들은 슛 한 번 날리지 못하고 무너져야 했다. 한국은 터키에도 0-7로 패하며 예선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86년 멕시코,박창선 첫 골을 쏘다=1986년 6월2일 멕시코시티 유니버시티 스타디움. 한국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전·후반 3골을 헌납하며 0-3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시 영패를 당할 수는 없었다. 후반 27분 박창선이 상대 진영 중간에서 약 25m의 슛을 터뜨렸고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32년 만에 진출한 본선 무대에서 첫 골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비록 1-3으로 패하긴 했지만 한국은 이 골로 인해 세계의 강호들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김종부(불가리아전) 최순호 허정무(이탈리아전)가 차례로 골을 넣었지만 예선 탈락했다. ◆90년 이탈리아,높기만 한 세계의 벽=1990년 6월12일 베로나 벤테고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한국은 벨기에를 맞아 전반까지 0-0으로 선방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연속 2골을 내줘 결국 0-2로 무너졌다. 첫 경기 패배로 전의를 상실한 한국은 이어 벌어진 스페인전(1- 3,황보관 득점),우루과이전(0-1)에서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치지 못하고 3전 전패의 성적으로 귀국해야 했다. ◆98년 프랑스,짜릿한 선제골 뒤 완패=1998년 리옹 스타드 제르당. 첫 상대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첫 선제골을 쐈다. 전반 28분 상대 진영 아크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은 하석주가 직접 슛,수비수 다비노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인된 것. 그러나 2분 뒤 하석주는 라미레스에게 백태클을 하다가 곧바로 퇴장당했고 경기 분위기는 멕시코 쪽으로 급반전,1-3으로 완패했다. 멕시코전 패배의 여파였을까. 한국은 네덜란드를 맞아 0-5라는 어처구니 없는 점수차로 패했다. 16강 진출의 꿈이 또 한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예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사력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또다시 예선 탈락했지만 국민들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