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중국인들이 땅을 쳤다. 중국 추미(球迷·축구 팬)들은 자국팀이 월드컵 사상 첫 출전한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꿇자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일부 열성 추미들은 "세계 축구의 벽은 높았다"며 "남은 경기도 낙관할 수 없다"고 한숨 지었다. ○…중국 추미들은 전반전을 0대 0으로 끝냈을 때까지만 해도 "이길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 선수들이 문전을 두드릴 때면 서로 얼싸안고 흥분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연속으로 2골을 허용하자 "역부족이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추미들은 "코스타리카 팀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았는데 지나치게 수비에만 의존했다"며 감독을 원망하기도 했다. ○…코스타리카와의 게임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대부분의 사무실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추미(球迷·축구 팬)들은 일찌감치 베이징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곳곳에 마련된 대형 TV스크린에 모여 응원을 펼쳤다. 특히 베이징 시내 서부에 마련된 세기탄(世紀檀)에서는 축구장과 다름없는 응원전이 펼쳐졌다. 중국선수 복장을 한 3백여 명의 추미들은 치어리더의 주도에 따라 '중궈두이 비성(中國隊 必勝),쩌우진 스류장(走進 16强·16강에 진출하자)' 등을 외쳐댔다. 왕푸징(王府井)백화점 시단(西單)백화점 까르푸 등 쇼핑센터는 1층 광장에 대형 TV모니터를 내걸고 경기를 중계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중국 치우미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생맥주 집이었다. 덕택에 생맥주 집이 최대 호황을 누렸다. '베이징(北京)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산리툰(三里屯)의 레스토랑 '링쥐리(零距離)'. 이 레스토랑은 마당에 2대의 대형 TV모니터와 6대의 일반 TV를 설치, 추미들을 끌어 모았다. 추미들은 한 손에 우싱훙치(五星紅旗·중국국기)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맥주 잔을 들고 중국팀을 응원했다. 왕메이(王梅·28)씨는 "답답한 사무실에서 나와 다 함께 어울려 응원하니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며 "세계인과 함께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최대 맥주회사인 옌징(燕京)은 월드컵이 시작된 후 평소보다 1.5배가 많은 하루 3천5백?의 생맥주를 출하했다고 밝혔다. 코스타리카와 첫 경기가 치러진 4일에는 4천?을 초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