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다우지수 10,000선이 붕괴된데 이어 나스닥지수도 전저점을 깨고 작년 10월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 증시의 약세는 분명 악재다. 그러나 최근의 약세는 "미국 내부사정"에 따른 것으로 과거처럼 한국 증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대니얼 유 이사(리서치센터장)은 "미 증시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받을 지 몰라도 미국과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날 미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강세를 이어갔다. ◆미 증시의 내부사정=주가의 고평가와 회계불투명으로 인한 기업의 신뢰성 상실 두가지로 요약된다. 미국 우량기업인 S&P500기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는 30∼40배에 달한다. 국내 블루칩은 10배도 채 미치지 못한다. ING베어링증권은 미국 증시의 고평가문제와 관련,4일 보고서를 통해 "나스닥지수가 많이 떨어졌어도 아직 고평가 상태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 증시의 고평가는 과거 10년간에 걸친 경기호황,달러화 강세 등으로 전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된 결과였다. 게다가 미국 기업은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통했었다. 그러나 엔론사의 회계조작,지난 1일 불거진 타이코사 CEO의 탈세혐의 등 일련의 사건들은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에 손상을 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기업의 주가가 더이상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근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경기는 긍정적=미 경제지표들은 기대이상이다. 지난달 ISM제조업지수는 예상(54.7)보다 높은 55.7을 기록했다. 4개월 연속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50을 넘어섰으며 지난 2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4월 건설 지출도 예상(-0.1%)과 달리 0.2%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전망도 밝은 편이다. 상장사 조사업체인 퍼스트콜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6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 이같은 미 경기전망은 한국의 수출증대 등 국내경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증시 영향=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미 증시 침체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증시에 몰려 있던 국제자금이 이머징마켓,특히 한국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SSB의 다이엘 유 이사는 "미 증시가 최근 약세를 지속하는 동안 국제자금이 유럽 일본 중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최근 2개월간의 충분한 가격조정을 거친 만큼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증시하락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더 떨어질 경우 이를 매수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