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페이스 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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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은 피부에 해롭지 않은 자연물이나 전용화장품을 이용,얼굴에 동식물이나 국기 등 갖가지 그림을 그리는 일종의 퍼포먼스(행위예술)다.
멀리는 헤나(식물추출물)와 코울(담즙),백납분을 이용했던 고대 이집트의 분장,가깝게는 붉고 흰 흙과 자연물감으로 얼굴을 채색하는 아프리카?중남미 원주민의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독자적인 영역이 생긴 건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춤추는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독특한 화장을 시도하면서부터다. 이후 페이스페인팅은 무용과 뮤지컬등 공연예술 전반의 특수분장으로 정착됐다.
일반인에겐 70년대 후반 정형화된 화장을 거부하는 펑크(punk)스타일의 하나로 나타난 뒤 마돈나에 의해 퍼졌다.
국내에선 80년대 중반 소프라노 김홍희씨의 '키메라' 분장 이후 알려져 90년대 후반 대학 축제에서 뺨에 꽃과 나비를 그릴 정도가 되더니 2002한ㆍ일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대중화됐다.
실제 한국측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물론 각국 응원단과 일반 관람객까지 온통 얼굴에 국기와 축구 상징물을 그리고 등장, 경기장마다 페이스페인팅 경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전용화장품이 불티난다고 하는가 하면 협찬사들이 나서서 입장객들의 얼굴과 팔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선 32개 참가국의 국기를 소재로 '2002 페이스페인팅 공모전'을 개최,입상작 2백점을 전시했다.
응원에 페이스페인팅이 확산되는 건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성있고 흥미로운 걸 찾는 미의식 변화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쨌거나 경기장에서의 페이스 페인팅은 일종의 가면(假面)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왕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에서 짐 캐리의 '마스크'에 이르기까지 가면이란 방어와 호신의 의미를 지니는 만큼 가면의 초인적?초자연적 영력(靈力)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고 싶어하는 셈이다.
얼굴을 태극기가면으로 만든 응원단의 영력이 계속 작용되기를 간절히 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