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만에 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거두던 6월 4일은 온통 붉은색 일색이었다. '대∼한민국'을 외치고 '아리랑'을 부르는 경기장의 관중석과 거리에서는 너나없이 붉은색 상의를 입은채 붉은 머플러를 흔들며 환호했다. 심지어는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붉은 셔츠를 입고 응원을 할 정도였다. 바로 이 붉은색은 12번째 선수로 지칭되는 '붉은 악마'가 원조이다. 지난 95년 12월에 결성된 붉은 악마는 서울 월드컵이 열리면서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붉은 악마는 응원단의 규모도 그렇지만,무엇보다도 붉은색의 유니폼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도깨비 형상의 '치우천왕'로고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폴란드 축구감독인 예지 엥겔이 "우리는 붉은 악마라는 또 하나의 적과 싸워야 한다"고 걱정스레 말한 것만 봐도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붉은 악마는 처음 PC통신의 축구동우회에서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즈 클럽'(Great Hankook Supporters Club)으로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결성됐다. 정식 명칭은 공모를 통해 97년 8월 만들어졌다. 붉은 악마는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경기 때,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며 열렬한 응원전을 펼쳐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붉은 악마가 인기를 끌자 많은 기업들이 광고로 활용하고 있으며,요즘에는 호프집이나 노래방, 심지어는 대리운전하는 곳에서도 붉은 악마를 상호로 내거는가 하면 치우천왕 로고를 업소의 내부장식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여기저기에서 붉은 악마와 관련된 광고들이 나오자 얼마전에는 이 단체의 순수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붉은 악마가 한국 축구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전국민의 전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붉은 악마의 회원도 관심만큼이나 나날이 커져 이제는 1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붉은 악마는 한국팀의 16강, 아니 8강 진출에 큰 원군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