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해소와 환율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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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사흘째 올랐다. 종합지수는 800선을 다졌고 코스닥지수는 71선에 진입했다.
미국 시장이 회계불투명 등으로 혼조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국내 펀더멘털 강화론이 힘을 받으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6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이 6% 이상으로 당초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설비투자 등도 개선된다는 공식 견해를 피력, 저금리 속의 성장 기조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줬다.
사상 최초로 한국이 월드컵 첫승을 따내면서 시장에서 다시 월드컵에 대한 관련 종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가 브랜드 제고 등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6월물 선물옵션 트리플위칭데이 때까지는 '가격 메리트와 수급 부담'이라는 현재의 시장 구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 공격형 매수나 매도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월드컵 열기가 시장에 훈풍을 불어온 측면은 있으나 수급여건에 큰 변화는 없다"며 "6월물 선물옵션 만기 때까지는 급등락보다는 제한된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실물경제 견조, 저가 매수 =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총재인 박승 의장의 주재로 6월 정례회의를 열어 콜금리를 현재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한국 경제가 소비와 건설투자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세도 가시화되는 등 실물경제의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나 반도체 가격 전망 불투명 등 수출환경을 고려해 콜금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져 수요측면의 압력은 크나 환율 하락이나 국제 유가 안정 등 비용측면의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조정에 따라 인플레 기대심리도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금통위의 콜금리 유지 배경은 실물경제 회복이 견실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물가 압력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것으로 종합된다. 국내 경제의 견실성에 대한 확인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GDP 기준) 전망치를 당초 5.7%에서 6% 수준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수정치를 추인하는 등 국내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부여했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5.7%로 당초 예상치 4.7%보다 1%포인트나 높게 나왔고 4월 산업생산과 5월중 수출 등 실물경제지표, 그리고 전경련과 대한상의에서 집계한 6월과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의 호조세가 연간 성장률 상향을 이끌어 낸 셈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국내 경제가 펀더멘털 측면에서 강하다는 점이 부상,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동조화하지 않고 국내 경제에 대한 차별적 긍정론을 확산시키며 저가매수세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환율 변수 급부상, 경제의 키역할 = 이날 금통위에서는 환율 하락이 물가상승압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것은 현재 경제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공식 발표문에서 대외 수출환경 악화 여지를 거론한 뒤 박승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수출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율 급락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박승 총재는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급격해서 수출경쟁력이 걱정된다"며 "환율이 더 하락해 경기회복 국면에 있는 우리경제에 지장을 준다면 정부와 협의해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금융 실무를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의 김용덕 정책관, 권태신 국제금융국장, 한국은행의 이상헌 국제국장 등이 잇따라 외환시장에 구두개입, 달러/원 환율을 1,220원대로 유지시켰다. 달러/엔 환율은 124엔 안팎이며 엔/원 환율은 985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진단은 △ 국내 실물경제의 회복속도 가속화 △ 환율의 물가상승압력 완화 △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외환당국이 합동으로 외환시장에 구두개입을 강력히 단행했다면 환율의 긍부정적 영향이 충돌지점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환율 하락이 가져오는 물가상승 억제 효과와 수출회복 지연효과를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문제에 대해 정책당국이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6월 중순 이후 한국 기업들의 2/4분기 실적과 그에 따른 주가동향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지난 4월 14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5월중에는 7.8% 증가한 바 있다.
대우의 이영원 위원은 "주식시장은 6월물 선물옵션 만기 이후 2/4분기 실적에 따라 연동할 것"이라며 "5월 수출 내용이 비교적 좋은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시장의 방향과 폭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만기청산, 수급해소가 포인트 = 그렇지만 당장 문제는 다음주 수요일 6월중 선물옵션 만기를 앞두고 수급부담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놓여 있다.
아직 좀더 명쾌한 분석이 나온 것은 아니고 또 막상 만기 때의 시장상황이 중요한 잣대지만, 장기증권저축 관련 매수물량을 감안하면 청산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연구위원은 "다음주 만기 때까지는 수급부담을 완전히 떨치기는 힘들고 만기일 당일 시장충격이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증권저축 관련 물량과 베이시스 여건을 감안하면 주초까지는 물량부담보다는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780선대로 급락한 뒤 자체 하방경직성을 어느 정도 확인한 상황"이라며 "일단 만기 이후 상승에 대한 기대도 있어 관망 뒤 분할 매수 관점이 유효할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6월물 선물옵션 만기와 관련해 매수차익잔고 청산가능물량을 현재 1조원대 수준의 절반 가량에서 상하 1,000억∼2,000억원의 오차를 두는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지난 5월 하순 이후 매수차익거래는 베이시스 0.3 수준에서 유입된 것"이라며 "현재 베이시스 상황에서 백워데이션이 깊어지지 않는다면 만기일에서야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적으로는 하락리스크가 줄었고 만기 청산물량을 무난히 소화할 체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상승하기는 힘들겠으나 수급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향후 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