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 위기상태다. 골목길의 동네서점은 물론 종로서적과 같은 큰 서점도 문을 닫고 있다. 복합 문화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서점이 대형화,복합화,고급화되는 추세인데다 책값을 대폭 깎아주는 인터넷 서점들에 밀린 결과다. ◆서점,얼마나 줄었나=서점조합연합회(서조련)에 따르면 지난 97년 5천4백7개이던 전국의 서점이 지난해 2천6백46개로 줄었다. 불과 4년만에 절반 이상의 서점들이 문을 닫았고 지난 99년에서 2000년 사이에만 1천2백여개 서점들이 폐업했다. 이같은 급감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4월 현재 전국 서점은 2천4백71개로 집계됐다. 전체 서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0평 이하 소형 서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서점,왜 위기인가=오프라인 서점들의 위기를 몰고온 최대 요인은 온라인(인터넷) 서점들이다. 책값의 20% 이상을 할인해주는 온라인 서점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서점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이후 2000년까지 생겨난 인터넷 서점들은 1백60여개.거품이 빠지면서 지난해 이후 80여개가 살아 남았다. 이중에서도 실제로 영업중인 곳은 20여개,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곳은 8개 정도라고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책값 할인을 앞세운 인터넷 서점들의 매출신장률은 눈부실 정도다.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의 경우 매출액이 2000년 1백6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백79억원으로 1백9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위인 '와우북'의 매출액은 2000년 48억원에서 지난해 1백90억원으로 3배나 늘었다. 올해 1·4분기 매출액을 보면 '예스24'는 4백25억원,'와우북'은 85억원,'알라딘'은 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배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점업계는 지난해 인터넷 서점의 전체 도서시장내 점유율이 5%선(1천3백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0%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서점의 살 길은=온라인 서점의 대약진과 복합 문화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오프라인 서점들도 유통의 현대화와 서점의 전문화 다양화 대형화 온라인화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의 할인 공세가 계속되는 한 서점 경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서점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최소 20%에서 많게는 80%까지도 할인해주는 인터넷 서점들의 출혈경쟁이 수익성을 악화시켜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까지도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인터넷 서점은 정가의 10%까지 할인하고 기존 서점은 정가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도서정가제'가 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게 서점업계의 주장이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상정한 '도서정가제' 관련법안은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서점의 공생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부내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