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1주일째인 월드컵 대회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눈물이 서로 뒤엉키면서 지구촌의 새 축구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라운드의 열기와 함께 '월드컵 사람들'의 이색적인 스토리는 월드컵이 가져다 주는 또 다른 흥미거리다. -------------------------------------------------------------- "월드컵대회를 직접 본 것은 제 평생 처음입니다. 멀리 벨기에에서 비행기도 안 타고 33일 동안 무려 1만5천㎞를 달려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개막식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40년이 넘도록 '캠핑 캐러배닝'(camping caravaning)족으로 살아온 베이오 라히카이넨씨(57).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오페라하우스 문화담당 관리인인 그는 연중 6개월이나 되는 휴가를 이용해 차를 몰고 전세계를 누비는 것이 삶의 낙이다. 라히카이넨씨의 이번 방한은 평생의 숙원인 월드컵대회를 보고 지난달 17∼26일 강원도 동해시에서 열린 '2002 세계캠핑캐러배닝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8명의 동료들과 함께 국제캠핑캐러배닝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서 출발,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을 두루 거쳐 목적지인 동해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캠핑캐러배닝을 통해 20년 정도 알고 지낸 한국인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 후 개막식을 보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캠핑광답게 서울 숙소는 상암동 월드컵공원 근처 외국인 전용 캠핑장으로 잡았다. 지난주 개막식과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을 구경한 그는 한국 친구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낸 후 곧 고국으로 돌아간다. "고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1남1녀)도 저처럼 캠핑을 끔찍히 좋아하죠. 대개 1년에 너댓번 캠핑여행을 떠나는데 그 중 한두번은 가족끼리 뭉칩니다." 그는 "워낙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이라면 모두 한 가족같다"면서 "놀라운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 꼭 16강에 진출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