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깨고 우리 땅을 되찾자." 일본과 러시아간의 2002한일월드컵축구 조별리그 H조 경기를 앞두고 민족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보수세력의 대변인격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오는 9일 16강의 운명이 걸린 러시아와의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H조 2차전을 앞두고 반러감정에 불을 지피고 나섰기 때문. 2차대전 종전 직전 일본의 북방 4개섬을 점령한 러시아를 격파, 교착상태에 빠진 영토반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자는 외침이다. 이사하라는 일본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사로 꼽히는 인물 중 한 사람. 잦은 극우적 발언에도 불구, 최근 일본 산업능률대학이 올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호시노 센이치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감독과 함께 이상적인 직장상사 부문 톱 10에 들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그런 그가 러-일전이란 호기를 맞아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한 법. 이시하라는 지난 5일 내외신 회견에서 "러시아전은 단순한 축구경기로 볼 수 없다"면서 "이 기회에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야 영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말에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소신도 덧붙였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