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19
수정2006.04.02 15:21
경영전략, 리더십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별별 비유가 다 동원된다.
꿀벌(주어진 일에 충실한 직원)보다는 게릴라(창의적인 리더)가 되라며 동물의 행태에 비유하는가 하면 축구감독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또 자연법칙에서 전략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기원한 무술인 유도의 원리를 경영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부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와 곽윤미 연구원이 쓴 '유도전략'(김광수 옮김, 모라비안바젤, 1만9천원)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의 민첩함과 허를 찌르는 기술을 경영전략에 응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소규모 기업이 덩치 큰 기업을 상대로 구사하기 좋은 전략들이다.
영국의 프리서브라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지난 98년 영업을 개시한 신생기업.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당시 영국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업체였던 '아메리칸온라인 영국(AOL UK)'의 두 배가 넘는 1백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비결은 월 29달러의 이용료를 받고 있던 AOL UK를 겨냥한 무료 인터넷 서비스였다.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손실 위험도 큰 법.
AOL UK는 수수료를 없애자니 연간 1억5천만달러의 수익을 포기해야 하고 그냥 두자니 시장을 다 빼앗기는 진퇴양난에 봉착,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지난 95년에 설립된 칩 생산업체 트랜스메타는 인터넷사이트에 전화번호도 올리지 않고 홍보도 하지 않으면서 '잠행'했다.
그리고는 2000년 1월 인텔의 최신 칩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고 윈도와 리눅스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스 칩을 내놓았다.
결과는 대성공.
트랜스메타의 시장 가치는 곧 60억달러에 육박했다.
트랜스메타는 왜 잠행했을까.
입지가 불리할 때는 강한 상대의 눈에 띄지 말고, 공격을 걸지 말라는 유도전략에 의해서다.
저자들은 동작과 균형, 지렛대라는 세 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유도전략과 적용사례를 설명한다.
동작이란 몸을 움직임으로써 싸움에서 유리한 자세를 확보하는 것, 균형은 상대방의 공격에 맞서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것, 지렛대는 상대의 힘의 역이용하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