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직업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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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종사하는 직업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문제가 제기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며칠전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직장인 4명중 3명은 자신이 꿈꿨던 직업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적성이나 소양과는 관계없이 호구지책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취업난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우리의 노동시장이 '직업중심'이 아닌 '사람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의 진학지도가 무분별한 직업선택을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대학진학의 예에서 보듯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직업의 장래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점수에 맞춰 학교와 전공과를 정하는게 현실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필수적인 직업별 연구가 전무하다 보니 막연한 기대만을 갖고 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직업별 전문성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야말로 직업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임은 물론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은 엊그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직업지도(Job-Map)'를 처음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고, 학교에서의 진학지도와 취업지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년전부터 2년마다 직업지도를 만들어 오면서 이를 고용의 수급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응용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현재 36만명인데 오는 2010년에 가면 76만명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번 직업지도를 보면 취업자 중 10%가 판매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미국의 2∼3%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결국 자영업이 많다는 것인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져 퇴직자가 많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직업지도를 계기로 직업별 연구가 활발해져 후회없는 직장선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