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틀째 상승했다. 장중 사흘만에 1,230원대에 진입키도 했던 환율은 장 후반 네고물량 공급 등에 다소 되밀렸다. 정부가 '환율 끌어올리기'에 적극 나섰다. 수출 등 경기회복세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발언의 강도를 강화한 데다 달러매수를 위한 '실탄'도 추가 장전했다. 환율 하락의 추세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가운데 업체 네고물량은 꾸준하게 공급됐고 역외에서도 매도에 적극적이었다. 환율 하락의 '종착역' 여부를 놓고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주에도 물량공급 여부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정부의 개입경계감이 상승 요인으로 팽팽한 줄다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방향성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장세.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수요일보다 2.90원 오른 1,227.20원에 한 주를 마쳤다. 장중 고점은 1,230.90원으로 지난 3일이후 처음 1,230원대를 회복했고 저점은 1,225.50원이었다. 하루변동폭은 5.40원을 가리켰다. 엔/원 환율은 정부 구두개입에 힘입은 달러/원의 반등으로 100엔당 990원대 회복을 꾀하기도 했다. 전자, 중공업 등의 업체는 레벨이 높아질 때마다 네고물량을 내놓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정부 개입에도 아랑곳없이 달러매도에 나섰다. 오전중 공기업의 결제수요 등이 정부의 환율 방어와 궤를 같이하고 국책은행의 매수세도 여전했으나 매수개입은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물량 공급 vs 정부 개입 = 지난 수요일부터 강한 의지표현에 나섰던 정부나 한은의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시장은 일단 달러매도(숏)에 대한 경계감이 부쩍 커졌고 이같은 흐름은 다음주에도 연장선상에 놓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아직 꺼지지 않은 매도세가 반등 심리를 막아서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1,230원대 근접하기만 하면 업체들이 눈감고도 물량을 팔고 있으며 포지션이 아직 달러매수초과(롱)상태인 것 같다"며 "방향은 일단 일방적인 하락에서 바뀐 것 같으나 네고심리를 진정시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분위기만 조성하고 큰 매수개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경부와 한은간 교감이 불명확하며 한은의 통화정책이 관건"이라며 "다음주에도 하락 트렌드는 유효한 가운데 네고물량과 개입간 대결이 예상되며 1,223∼1,240원 범위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개입이 들어와도 역외매도, 네고물량 등으로 레벨마다 달러매수(롱)플레이가 엎어지고 있다"며 "공기업이나 국책은행을 통한 물량 흡수도 버거운 탓에 정책당국의 '힘'을 의심케하면서 추격매수세를 형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다음주에도 공기업을 동원하거나 강화된 구두개입이 나올 듯하나 일단 하락을 멈추고 쉬어갔으며 하는 바램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와 물량과의 샅바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1,217∼1,233원에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정부, '바리케이트' 구성 = 정부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바리케이트'를 쳤다. 지난 수요일 1,220원대를 지지하겠다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의지가 시장에 전파된 데 이어 이날 환율 방어를 넘어 레벨을 끌어올리기 위해 쐐기를 박았다. 재경부는 오전중 "다음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당초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후에도 재경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빌어 "최근 원화환율은 경쟁국 통화에 비해서 그 절상속도와 폭이 너무 크다"며 "정부는 환율이 최근 경기회복 추세와 대외균형 유지를 저해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업체 네고와 역외매도 등으로 자율적인 반등이 미약한 감을 드러내자 정부의 '힘'을 재차 강조, 환율 하락 심리를 꺾음과 동시에 레벨을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장 막판, 이상헌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7일 "한은은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심리가 아직 균형을 충분히 찾지 못한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으나 매도세를 이기지 못했다. 전날 뉴욕에서 124.04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엔 강세 저지를 위한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이 거듭돼 반등세를 보였다. 달러/엔은 124.40엔대까지 다다랐다가 매물벽에 소폭 되밀렸으며 오후 5시 6분 현재 124.24엔을 기록중이다.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전분기대비 1.4% 증가, 4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서고 연율로 5.7%에 달했으나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계감에 밀렸다. 이날 뉴욕장에서 발표예정인 미국의 5월 실업율 동향이 달러화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0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수요일보다 2.20원 높은 1,226.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저점인 1,225.50원에 다다른 뒤 차츰 매수세가 강화되며 11시 8분경 1,23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업체 네고물량 공급으로 차츰 되밀린 환율은 대체로 1,228원선에서 맴돌다가 1,228.2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28.0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27∼1,228원을 오가다가 재경부의 구두개입과 함께 국책은행 매수세가 강화, 2시 59분경 이날 고점인 1,230.90원까지 튀었다. 이후 환율은 꾸준히 공급되는 업체 네고물량에 되밀려 한은의 구두개입을 무시하고 1,227원선까지 내려섰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3억9,1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6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4,900만달러, 1억2,540만달러가 거래됐다. 8일 기준환율은 1,228.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