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표정] 中 "허물어진 만리장성 다시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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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F조 영국과의 경기에서 패배한 아르헨티나는 스웨덴과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16강 진출이 불투명하다고 아르헨티나의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유력일간 클라린은 "죽음의 조의 벽은 역시 높았다"며 "아르헨티나의 영국전 패배와 스웨덴의 나이지리아전 승리로 아르헨티나팀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전했다.
다른 일간 라 나시온과 파히나12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온 아르헨티나는 스웨덴을 격파하지 못하는 한 16강의 문턱에서 좌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에서는 숙적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한 '열성 기관사들' 때문에 기차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7일 칠턴트레인스 기차회사는 메릴본까지의 열차 8편을 '기관사 부족'을 이유로 취소시켰으며 코넥스사우스이스턴 열차회사는 직원들의 '단기 병가'로 인해 열차운행에 차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평상시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출근길 도로상황은 "우스울 정도로 썰렁했다"고 긴급구난 서비스업체인 AA는 말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미국인이여,한·미전때 모두 깨어 미국팀을 성원하자'.
10일 대구에서의 D조 2차전을 앞두고 미 USA투데이가 미국인들의 대대적인 응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한·미전때 한국인들의 응원열기가 그 어떤 경기때보다 거셀 것이라며 이날 경기의 복병은 바로 이같은 응원이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인이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생겼다"면서 현지 동부시간으로 10일 새벽 2시25분에 생중계되는 한·미전을 밤을 새워서라도 성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월드컵이 인도네시아의 범죄예방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일간 리퍼블리카는 최근 자카르타시 경찰의 일부 관할구역에서 하루 평균 10여건이던 범죄 발생건수가 이달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축구광이 많기로 소문난 인도네시아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범죄자도 잠시 '휴업'하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경찰로서는 범죄감소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
'도박 사랑'이 남다른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월드컵 경기로 내기를 즐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허물어진 만리장성을 다시 쌓는다는 각오로 싸워라'
중국이 브라질과 두 번째 경기를 가진 8일저녁 중국 추미(球迷·축구팬)들이 또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중국 주요도시의 광장이나 식당등지에서는 중국팀의 기사회생을 염원하는 추미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멀어져가고 있는 16강 꿈을 되살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추미들은 월드컵에서 전통의 축구강호 브라질을 맞아 일전을 벌인다는 것에 더 흥분했다.
베이징(北京)의 축구팬인 양린셩(楊林盛·38)씨는 "중국은 예상대로 힘든 경기를 치렀다"며 "그러나 중국이 세계 축구와의 실력 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에 첫 출전한 중국 축구는 이제 시작"이라며 "중국인은 학습(學習)을 좋아하는 민족이므로 금방 세계 정상의 축구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경기에 대해 "중국 팀은 한국이 보여준 월드컵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는 "'보다 빨리,보다 강하게,보다 높게'라는 올림픽 정신은 월드컵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중국 팀은 경기 막바지에 빠르지도 않았고,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폴란드와 일전을 치른 한국 선수들의 열정은 경기 처음과 끝이 똑같았다"며 "물론 중국팀 체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 중국 인터넷의 월드컵 관련 채팅룸에는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켜달라'라는 간절한 주문이 많았다.
'하오치우'(好球)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브라질이 아무리 강한 팀이라고 해도 우리는 결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모를 당해서는 안된다"며 "중국 축구팀이여 져도 좋으니 제발 1∼2점 차이를 벗어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는 이미 16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며 "우리의 소망은 대파(大破)를 면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조재길 기자 gwang@hankyung.com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