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34)의 눈물겨운 투혼이 빛났다. 황선홍은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D조 2차전에서 전반 중반 오른쪽 눈 언저리가 찢어지는 부상 속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투혼을 발휘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축구팬과 TV와 전광판을 지켜본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4일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허리 부근에 부상해 후반에 교체됐던 황선홍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연막 작전' 속에 미국전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이날 좌우에 설기현과 박지성을 거느린 최전방 원톱으로 당당히 출격했다. 대표팀 최고참인 황선홍의 플레이는 지난 달 대회 개막에 앞서 이번 월드컵 이후 명예롭게 태극 마크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자신의 약속에 비춰 부끄럽지 않았다.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담당한 황선홍은 공격시 좌우로 볼을 배급하는 한편 침투해 들어오는 미드필더들에게 몇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다. 하지만 황선홍은 전반 21분 상대 수비수 프랭키 헤지덕과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눈 주위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어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황선홍은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이임생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일어나더니 후반 10분 안정환과 교체될 때까지 마지막 남은 땀방울까지 아낌없이 쏟아냈다. 그 투혼은 그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안정환에게 고스란히 연결됐고 안정환은 후반 33분 천금같은 헤딩 동점골을 뽑아내 패색이 짙었던 한국을 살리며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바꿔 놓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