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고개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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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한 고비를 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를 찬찬히 소화하며 트리플위칭데이 만기일 물량 부담을 덜어낸 모습이다.
인텔의 2/4분기 실적경고 충격속에 800선을 다시 내줬지만 전저점이 인접한 790선을 지켜내면서 반등을 위한 바닥다지기 양상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시장이 회계 조작, 달러화 약세, 국제정세 불안에 이어 인텔 악재를 만났지만 실업지표 개선, ISM 5월 서비스지수 상승 등 경기지표 호조세를 확인해 반등의 불씨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 주가의 현저한 저평가 등 한미 증시의 차별화 국면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국내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미국에 비해 낮은 PER 수준을 기초로 우량주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
수요일 만기일까지 추가로 나올 프로그램 물량과 기관 및 외국인의 매수 부진 등 수급 부담은 여전해 조심스런 탐색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 반도체경기 반등은 언제쯤 = 인텔의 2/4분기 실적 경고는 가뜩이나 불안한 IT경기 회복 신뢰감을 다시 한번 크게 흔들었다.
인텔은 지난 6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기업부문의 수요 회복 신호를 찾기 힘들며 특히 유럽 지역의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실적 전망 하향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6월 29일로 끝나는 2/4분기 매출 전망을 62억∼65억달러로 전망해 지난 4월 예상한 64억∼70억달러에서 하향 조정했다. 매출총이익률 전망도 당초 53%에서 49%로 내려 잡았다.
메릴린치는 이에 앞서 인텔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두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급락세를 유도했다.
이와함께 세계 반도체공업협회(SIA)는 지난 5일자 자료를 통해 올해 반도체산업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추정치 6.3%의 절반수준인 3.1%로 하향조정하며 시장 충격을 더했다. 오는 2003년과 2004년 성장 전망치도 기존의 23.2%와 20.9%에서 각각 21.1%와 20.5%로 내렸다.
이에 대해 시장은 곤혼스러워하면서도 경기 바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현대증권은 엄준호 연구원은 “인텔의 발표는 반도체 경기 바닥이나 추가 악화 가능성 두가지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유럽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시장은 PC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D램익스체인지의 발표를 놓고 볼 때 미국 이외의 시장 다각화 탈출구는 있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경쟁업체 AMD의 급부상으로 경쟁이 심화돼 저가정책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급을 기준으로 할 경우 반도체 경기의 하반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얼마나 남았나 = 1조원대를 상회하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지난주말 2,000억원 가까이 소화돼 향후 수급 부담을 일정부분 덜었다.
시장에서는 1조원에 달했던 매수차익잔고중 상당부분이 롤오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선물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을 가리켰음에도 출회물량이 예상보다 그리 많지 않고 이는 장기주식저축과 관련한 헤지 상품 등 기관의 이월 물량이 상당하리라는 추정을 낳았다.
삼성증권 유욱제 수석연구원은 “차익잔고가 최근 6개월동안 4,000억원 이하로 감소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4,500억원 정도는 접을 수 있고 나머지 장기주식저축 상품 물량 등을 고려할 때 6,000억원 정도는 이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차익물량 3,000억원과 비차익 물량 3,000억원을 합쳐 모두 6,000억원 정도가 만기일까지 나올 것”이라며 “시황이 괜찮았던 지난해 말 만기일 당일 7,000억원을 소화하면서 지수가 플러스권을 기록한 적도 있어 미국 시장이 받쳐준다면 이번주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전고점인 880선까지는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만기일까지 나올 만한 나머지 차익 잔고는 1,000억~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가격메리트를 감안할 때 추가하락보다는 반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고 2/4분기 실적 개선도 뚜렷해 다음주 800선이 버팀목으로 830선까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수급악화로 시장체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라 트리플위칭데이 이후에도 약세흐름을 벗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6월 지지선을 750선으로 보고 있지만 인텔의 실적경고에 따른 IT경기 불안감으로 700선을 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최근 하락은 기대감과 현실간의 괴리감에 따른 것이고 기관이 800선이 깨지면서 손절매 물량을 내놓으려 했지만 받아줄 세력이 없어 못팔고 있다”며 “매수주체가 없어 지수가 올라갈수록 매물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