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한혜원씨(39). 살림살이가 빡빡하지 않은 한씨지만 내키는 대로 함부로 쇼핑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절제된 생활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다. 가까운 곳에 롯데 현대 등 대형 백화점이 있지만 잘 가지는 않는 편이다. 이들 백화점에 가는 날은 세일때로 한정돼 있다. 세일때 쇼핑을 가더라도 몇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우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오전 시간대를 이용한다. 우선 상품을 찬찬히 고를 여유가 있어서 좋고 가끔은 백화점들이 경쟁업체의 기를 죽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하는 판촉행사에서 선물을 건질 수도 있어서다. 손님이 몰리는 오후 5시 전후에는 매장이 북새통을 이뤄 상품을 찬찬히 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구매한 경험이 여러번 있었다. 결제때는 주로 백화점 카드를 사용한다. 백화점 카드를 이용하면 3개월 무이자할부 등 혜택이 많다. 노세일 브랜드는 기획상품을 눈여겨 보았다가 사는 경우도 있다. 쇼핑하기 전에 신문광고와 전단 등을 꼼꼼히 챙긴다. 쇼핑시간 절약과 충동구매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웃 사촌인 권영자씨(38)는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하나로클럽을 애용한다. 거리가 꽤 멀어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품질 좋고 값이 싼 먹거리가 많아 사고 나면 늘 마음이 뿌듯하다. 한달 쇼핑횟수는 3~4회. 한번 가면 10만원 안팎을 사용한다. 사는 품목은 주로 과일 야채류 축산물 등인데 전국 단위농협에서 이름을 걸고 올라오는 상품이어서 싱싱하기 그지없다. 값도 동네보다 훨씬 싸다. 최근 쇼핑 목록중 몇가지를 보면 수박 1통 1만1천9백원, 대파 1단 8백50원, 참외 4개 3천7백원, 피더덕 3천4백원, 연근 2천1백70원 등이다. 과일 야채류의 경우 아파트 단지내 상가보다 최소한 20%이상 싸다는게 권씨의 결론이다. 이 때문에 권씨는 토요일 밤 늦게 남편이나 이웃 아줌마들과 함께 먹거리 쇼핑 가는 것을 정기적인 스케줄로 잡아놓았다. 김미경씨(35)는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탓에 쇼핑할 짬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TV홈쇼핑. 안방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어 편리하긴 한데 한가지 상품을 너무 오래 방영하는데다 쇼핑호스트와 게스트의 과장스런 멘트와 몸짓이 흠이었다. 김씨가 고안해낸 홈쇼핑 알뜰쇼핑 방법 첫번째는 방송 프로그램과 상품명에 관한 정보를 먼저 파악해 놓는 일.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만 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경품과 적립금 등 조그만 혜택도 미리 알아놓으면 도움이 된다. 아침 6시 시작되는 조조할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자동 주문전화 할인금액이 평일 낮 방송의 최고 10배인 1만원에 이른다. 속옷 화장품 생활용품을 세트로 묶어 아주 낮은 값에 파는 경우에는 동료 교사들과 의논해 공동구매해서 나눠 쓰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소옥희씨(41)는 아울렛 마니아다. 소씨가 자주 가는 곳은 구로공단 5거리 근처에 형성된 아울렛 패션타운.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상품을 정상가의 10~20%선에 살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 둘 다 초등학교 사내여서 유행을 별로 타지 않는 옷들을 싸게 사기에는 아울렛이 그만이다. 가끔은 남편이나 자신의 옷을 사기도 하는데 이럴때는 인터넷을 통해 최근 유행 색상과 디자인, 스타일 등을 파악하고 간다. 싸게 사는건 좋지만 완전히 한물간 패션은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소씨와 같은 주부들이 많다보니 서울 수도권에는 아울렛 타운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서울 구로동과 문정동, 목동이 대표적이고 분당 죽전과 일산 덕이동 등 신도시에도 아울렛 타운이 생겼다. 맞벌이를 하는 양문경씨(33)는 직장에서 신용카드 박사로 통한다. 지갑에 신용카드 5개를 넣고 다니면서 적재적소에 쓰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S카드를 즐겨 쓴다. 놀이동산과 스포츠 관람때 사용하면 3만~4만원을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할때는 L카드가 위력을 발휘한다. 결제금액의 10%를 적립받아 1만원 단위의 할인권을 주기 때문이다. 주유용으로 쓰는 B카드는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1천원당 2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연간 1백만원 어치만 기름을 넣으면 연회비 2만원이 이내 빠진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가는 미술.음악학원에는 K카드가 제격이다. 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 카드를 이용, 사교육비까지 절약하는 양씨에게 신용카드는 소중한 보물이다. 신용카드가 가정경제를 망치는 흉기로 변하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가짐이 잘못된 탓이란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