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경복궁 서쪽 효자로에 '도서출판 열린책들'사옥이 들어섰다. 4층 높이의 이 건축물은 뭔가 독특한 이미지를 풍긴다. 방금 지은 건물이지만 바라볼수록 경복궁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듯 하면서도 새 건물 같고,새 건물이면서 옛 모습을 가진 건축물이란 말이다. 그만큼 눈에 익고 편안한 건물로 눈과 가슴에 와 닿는다.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팎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길을 향해 열린 건물임을 알 수 있다. 도로에서 건물의 뒤뜰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다. 건물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걸어가면 열린책들 사옥의 뒤뜰이다. 이 뜰은 동네 골목길과도 연결된다. 회사 정원이 동네 공원이 된 셈이다. 일반 건물보다 층 높이를 높이고 내부는 직간접 조명으로 멋들어지게 조화시켜 현대적인 감각을 살렸다. 이 건물 덕분에 주변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 건축물은 스스로를 벤처인이라고 부르며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황두진 건축가(39)의 작품이다. 황씨는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 건축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도전과 모험의 벤처정신으로 일한다. 동대문시장 'Area6'라는 상가의 리모델링도 그랬다. 아무도 맡지 않던 일을 기꺼이 맡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그의 이력만큼 주위에 벤처기업가가 많다. 그런 이유로 벤처기업 사무실 인테리어도 많이 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자신을 스스로 벤처기업인으로 부른다. 벤처정신을 가졌으니 벤처기업인이라는 논리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범한 걸 싫어한다. 통의동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통의동의 효자로다. 통의동에 대한 자료를 모아 개인 홈페이지(www.doojinhwang.pe.kr)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통의동의 역사와 이에 얽힌 이야기와 사진들은 통의동의 다른 맛을 맛보게 한다. 그 맛을 온 몸으로 느끼려는 그는 아예 집도 여기다 마련할 계획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역이라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인데도.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