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요타社가 해야 할 일..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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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대우자동차 인수는 한국자동차산업에 다음 두 가지 점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첫째,자동차시장의 관리 패러다임을 애국심에 호소하는 차원이 아닌,고객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둘째,자동차산업내 가치활동의 분업구조를 지배구조개념에서 시장구조개념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면 GM은 이제 생산과 유통을 더 이상 지배와 소유가 아닌 계약구조로 관리하도록 했다.
즉 대우자동차 부평공장과 대우자판은 GM이 요구하는 계약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퇴출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와 영업망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가지 새로운 룰 위에서 현대 기아 쌍용과 더불어 프랑스-일본계인 르노·삼성,미국계 GM·대우,수입차로서 BMW 도요타 등 세계 자동차업계의 메인 플레이어들이 무한경쟁을 벌여 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토착기업과 해외기업간 구분은 없다.
최근 자동차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천8백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도 수입차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올해는 1만8천대까지 판매될 전망이며,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 판매비중도 1.2%를 웃돌 것 같다.
이제 이들간 선의의 경쟁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쟁은 사적 이기심과 사회적 번영을 매개하는 수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2 서울모터쇼에는 아직도 수입차들의 참가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요란한 것 같다.
이러다간 시장추세와 역행하는 모터쇼가 나타나지 않을지 걱정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도요타자동차가 그 역할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도요타가 과거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일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철수,중국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1966년 신진자동차(대우자동차의 전신)와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해 신진과 기술 및 판매제휴 계약을 맺고 새로운 승용차 모델 '코로나'를 생산했다.
당시 코로나는 시중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이후 70년 2월 우리 정부의 '자동차엔진공장 건설 추진계획'에 따라 신진자동차와 도요타는 한국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산 20만대 규모의 엔진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70년 4월 일본·중국 무역회담에서 당시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한국 등 반공국가 및 그 회사에 투자하는 자(者)나 상사와는 교역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주사원칙(周4原則)'에 따라 신진자동차와의 합작 자체를 무산시키고 72년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다.
이로 인해 업계 1위였던 신진자동차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그 결과 한국자동차산업은 심한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원죄를 인식한 듯 지난 99년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일본차의 수입이 허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국내 소비자 인식파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한국시장 진출에 조심성을 보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지난 한햇동안 의외의 성과를 올렸고,최근에는 당초계획을 크게 뛰어넘어 국내 9개 주요지역에 매장을 설치키로 하는 등 한국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의 한국시장 판매호조에 자극받아 혼다도 조만간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멀지 않아 한국수입차시장은 일본차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도요타가 간과해서 안될 것은 이제 한국 국민의 정서를 자극할 것이 아니라,한국시장에서 포지티브(Positive)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대우자동차가 GM과 지루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들은 GM의 처분만 기다리는 '천수답 단계'라는 어느 지적이 생각난다.
서울모터쇼도 외국자동차업체들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천수답농사의 단계일까.
도요타가 마음의 문을 열고 국민적 행사인 서울모터쇼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그 모티브나 가교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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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