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해병대원이 붉은 악마.' 월드컵 한-미전을 앞두고 양국 군인간에 서로의 자존심을 건 모의 월드컵이 열렸다. 10일 오후 1시30분 경기 김포시 월곶면 해병2사단 연병장.빨간색 체육복을 입은 해병대원 11명과 연례 연합작전 수행차 방한한 일본 오키나와 주재 미 해병 3사단 대원 11명간의 축구시합이 시작됐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팔각모'의 사나이들은 불굴의 투지를 발휘했다. 한국측은 체격의 열세에도 불구, 경기 내내 미국 해병대원을 몰아붙였다. 90분간의 사투가 끝난 뒤 스코어는 4-0. 한국의 압승이었다. 16강 진출의 교두보가 될 양국간의 월드컵 경기를 의식한 듯 양국 해병대의 응원 열기도 여느 월드컵 경기장 못지 않게 높았다. 북과 꽹과리까지 동원하며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한국 해병대에 맞서 미국 해병대는 'USA'와 'We will rock you'로 응수했다. 류준영 병장(23)은 "오늘 하루만은 빨간 명찰의 해병대 전원이 붉은 악마라는 태세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 대표팀이 해병대 정신으로 무장하고 경기에 임한다면 16강은 물론 우승도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벡 에드워드 중대장(34)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해병대 자존심은 물론 월드컵 일전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 선수 선정까지 신경썼다"며 "이번 월드컵이 한.미 해병대의 전력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해병대는 경기가 끝난 후 야외 교육 훈련장에 설치된 50인치 대형 TV 앞에 모여 함께 한-미전을 시청했다. 페리어 일병(25)은 "아무리 개최국이라곤 하지만 한국의 축구 열기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미국과 한국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해 다시 한번 양국 해병대간 축구경기가 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